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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01일 16시 37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1월 01일 16시 37분 KST

"홍역이 면역 체계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역 예방접종은 필수다

South_agency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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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이 한 번 앓고 나으면 그만인 질병이 아니라 우리 면역 체계의 면역 기억을 지우고 면역 체계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한때 ‘종식’된 줄로 알았던 홍역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답은 딱 하나다.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네덜란드 정교회 개신교 커뮤니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두 연구가 1일 사이언스지에 공개됐다. 두 연구진은 백신을 맞지 않고 2013년 이후 홍역을 앓은 적이 있는 4세부터 17세 사이의 아이들 77명의 혈액 샘플을 연구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 이 혈액 샘플을 살핀 바에 따르면 미국 및 핀란드, 네덜란드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백신을 맞지 않고 홍역을 앓은 아이들의 항체 면역이 11%에서 약 73%까지 파괴된 것을 발견했다. 공동 저자인 하버드대학교의 스테판 엘레지 박사는 가디언에 ”우리는 홍역 바이러스가 면역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강한 증거를 찾아냈다”라며 ”홍역으로 인해 사람들이 노출되는 위험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 영국 웰컴생어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독일, 싱가포르, 네덜란드, 스위스 공동연구팀은 면역 기억에 주목했다. 인간의 면역 체계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조금씩 다른 수용기를 가진 다양한 면역 세포를 끊임없이 생성한다. 이렇게 생성된 다양한 수용기의 면역 세포들이 마치 ‘집단 기억’처럼 작용해 어떤 병원균이든 식별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다르게 얘기하면 면역 체계가 생성한 면역 세포가 다양할수록 막아낼 수 있는 질병의 범위가 넓어진다.

그러나 홍역에 걸리고 난 아이들의 면역 세포의 수용기 다양성을 분석해봤더니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체에 ‘면역학적 기억 세포‘라는 게 있다. 인체에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증식하기 시작하는데, 이 병원균을 몰아내고 나면 증식된 세포의 대부분은 사멸한다. 그러나 일부는 살아남아 같은 항원(병원균 등)이 침입했을 때, 마치 이전의 항원을 기억하는 것처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반응한다. 이를 그냥 줄여서 ‘기억 세포’라고도 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 홍역을 앓았던 아이들의 혈액에서는 연구진들이 ‘(면역) 기억 상실’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 기억 세포들이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다. 해당 팀의 공동 저자인 벨리슬라바 페트로바는 ”우리는 홍역이 우리의 면역 체계에 직접적인 큰 손실을 끼친다는 걸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혈액 샘플은 홍역에 걸린 지 6주가 지난 시점에 채혈한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면역 체계는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현저하게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위험이다.

한때 문명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믿었던 질병이 홍역이다. 그러나 지금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의 영향 등으로 전 세계가 홍역 대유행 현상을 겪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2019년 7월 말까지만 따져도 182개 국가에서 36만 4808명이 홍역 환자가 보고됐다. 이는 2018년 한해에 12만9239명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다(WHO자료). 2017년 홍역으로 11만 명이 사망했으며 홍역의 합병증으로는 뇌염과 폐렴 등이 있다. 홍역에 걸린 아이 100명 중 1명이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첫 홍역 환자가 발생한 이후 총 194명의 환자가 신고됐다. 대부분은 해외여행을 통한 감염 또는 의료기관 감염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참고로 한국은 MMR(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혼합백신)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정해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