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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01일 15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1월 01일 15시 56분 KST

[뉴디터의 신혼일기]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언젠가 아이를 가질 기혼 여성의 희망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은 ‘육아’였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원작을 읽었던 게 2017년 초의 일이다. 지금은 2019년 가을이고 세상은 다이나믹하게도 어제는 모두가 웃으면서 했던 말이 내일은 눈총받는 불편한 말이 되는 등 빠르게 변해왔다. 나의도 사회초년생에서 제법 짬 찬 에디터가 됐고, 그 사이에 결혼도 했다. 당시보다 삶에 조금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2017년에 눈물콧물 흘려가며 모든 문장들에 공감해가며 읽었던 그 책인데 영화는 조금 지루했다. 사실 원작 자체가 화면에 담았을 때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담담하게 3인칭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한 여성의 삶을 조망하는 거니까. 그 잔잔함 때문에 조금 루즈해진 건 사실이다. 물론 정유미와 공유의 미모는 전혀 루즈하지 않았다. 

2. 김 팀장에게 헛소리하는 이사나 길거리 엄마들을 향해 막말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아들만 챙기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극을 위해 너무 부풀린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의 나는 책을 읽으며 그 모든 것들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지켜보기도 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몇 년 사이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다. 회사 내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한 처벌을 포함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같은 것도 생겼고, 친오빠보다 새언니를 먼저 챙기는 시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유명인들이 방송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잘못했다가 논란이 터지고 사과하는 일도 늘어났다. 이렇게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조금은 변화하고 있기에 영화 속 장면들이 조금 ‘오버’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근데 사실, 내가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와중에도 굶주리는 저소득층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법이다. 내가 보다 편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

3.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은 ‘육아’였다. 당장 나는 아이가 없지만 몇 년 안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할 예정이다. 그 후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시어머니? 친정엄마? 베이비시터? 어린이집?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그 때가 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김지영이 그랬듯 나도 경력단절의 길에 들어서 육아우울증을 앓다가 학교 때 풀던 문제집을 미친듯이 푸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될까? 혹은 계속 회사에 다니면서 대현의 옆자리 동료처럼 업무에 방해되는 직원이 되고, 동시에 불성실한 엄마이기도 하다는 죄책감까지 안고 살게 될까?

″저 나중에 아기 낳고도 어떻게든 잘 해나갈 수 있어요.” 김팀장에게 그렇게 말하는 처녀 시절 김지영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겹쳐보였다. 어떻게든? 과연 나는, 어떻게든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4. ...하고 진지하게 떠들어댔는데 남편은 심드렁하게 ”괜찮아. 여보가 육아에 전념하겠다 해도 내가 허프에 계속 출근시킬 거야. 우리 사이에 외벌이란 없어”라고 선언해버렸다.

깔끔한 마무리였다. 하긴 남편은 영화 속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이 그닥 멋있는 남편처럼 안 느껴질 정도로 믿음직한 남자다. 그래서 결혼을 선택했으니, 무슨 일이 닥쳐도 나를 우울하게는 안 만들 거라는 건 분명했다. 괜히 공유보다 멋진 것 같기도 했다(?).

영화 속 김지영의 삶처럼 나의 삶도 앞으로 어찌 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세상은 앞서 말했듯 조금씩은 변화하고 있으니 영화의 결말처럼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부부가 낳을 여자 아이는 자라서-대통령이 되고 발명왕이 되고 우주인이 되고 CEO가 되고 외교관이 되고 장군이 될 수 있도록. 물론 엄마도 될 수 있지.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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