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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굶다 빵 훔친 '고시원 장발장',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많은 사람들의 선의가 작동했다.

  • 이진우
  • 입력 2019.11.01 15:00
  • 수정 2019.11.01 15:12
ⓒKritsada Seekham / EyeEm via Getty Images

얼마 전 고시원에서 꼬박 열흘을 굶다 인근 마트에서 라면과 빵을 훔친 30대 청년의 사연이 알려졌다. 경찰에 붙잡힌 그는 ”희망이 없었습니다”라고 했었다. 지체 장애 6급인 그에겐 가족이 없었다. 허리를 다치면서 직장 마저 잃게 되자 살아야 할 의욕이 전부 사라져버린 상황이었다. 

극단적인 굶주림 때문에 절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트 사장은 경찰에게 그를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절도를 저지른 자와 그를 용서한 사람 모두 ‘장발장‘의 사연과 흡사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은 그에게 ‘고시원 장발장’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고시원 장발장’이 희망을 찾았다. 그가 대기업 계열사의 정직원으로 최종 합격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휴먼스는 1일 취업 면접을 본 마트 절도 범인 A씨에게 최종 합격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알려진 건 10월 23일이다. 마트 사장이 선처를 했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그가 자살 고위험군으로 판단된다며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해서 열흘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포스코에 입사지원을 하고 합격까지 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이들의 선의가 작동했다. 

보도를 통해 이 청년의 사연을 알게 된 포스코휴먼스 측은 내부 보고를 거쳐 A씨에게 취업 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휴먼스가 취업 제안을 한 곳은 A씨의 치료를 돕고 있던 광주 북부경찰서였다. 북부경찰서 형사과는 A씨와 함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 입사지원서를 작성했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A씨의 면접일은 10월 31일로 잡혔다.

문제는 면접장소였다. A씨에겐 광주에서 면접장소인 포항까지 갈 차비도  없었다. 입사지원서 작성을 도운 북부경찰서 형사과가 A씨와 함께 동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면접장. 우려가 나왔다. 허리에 철심 6개를 박은 척추 장애가 있는데 포스코 공장 내 세탁물 배송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A씨의 대답은 어땠을까. 열흘 전만 해도 ”아무런 희망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던 그였다. 그런데 면접장에서 면접위원들을 향해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을 모였다. A씨는 할 수 있다는,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포스코휴먼스 홈페이지 캡처화면
포스코휴먼스 홈페이지 캡처화면

결과는 최종 합격. A씨의 첫 출근일은 11월 4일이다. 포스코 제철공장 등에서 세탁물을 수거하는 업무를 맡는다. 채용 조건은 만 60세 정년 보장이 되는 정직원 채용이다. 회사 측은 연봉 외에도 주거비용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A씨의 사정을 고려해 임금을 선지급하거나 주거 안정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휴먼스는 국내 1호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이 회사에 일하는 670여명의 직원 중 280명이 지체·지적·시각·청각 장애인이다. 이들은 사무지원·클리닝·IT 지원·차량 사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A씨는 ”범죄를 저지른 저를 여러분들이 이렇게까지 도와줘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벅찬 심경을 전했다. 그는 ”다시 기회가 생겼으니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몸 관리 등 잘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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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시원 #장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