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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세계 돼지의 25%가 죽는다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

  • 박세회
  • 입력 2019.11.01 10:46
  • 수정 2019.11.01 13:27
지난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정 판정을 받은 파주의 한 농가에서 방역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돼지를 도살시키고 있다.
지난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정 판정을 받은 파주의 한 농가에서 방역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돼지를 도살시키고 있다. ⓒYELIM LEE via Getty Images

한국을 비롯해 중국, 폴란드, 러시아, 필리핀, 벨기에 등 50개 국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됐다. 전지구적인 ‘대유행’(pandemic) 발발로 2억 마리, 전세계 돼지의 약 4분의 1이 죽거나 도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전염성과 치사율 때문에 ”한 마리의 감염이 확인되면 다 죽여야 한다”는 방역의 불문율이 적용되고 있어서다.

지난 2007년 조지아공화국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동유럽을 중심으로 다수의 국가가 이미 2014년부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 유행은 세계 돼지 수의 절반이 사육 중인 중국으로 옮기면서 크게 확산됐다. 아시아권에선 베트남과 한국이 이 병의 피해자가 됐다.

지난해 이 병이 퍼진 중국에서는 이미 1억 마리가 죽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외국산 육류공장에 수출 허가를 내주며 돼지고기 수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의 식문화에선 돼지고기가 아주 중요한 주 재료 중 하나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돼지고기의 양은 두 배로 늘었고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 결과론적으로 이 병의 백신 개발을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세기 초인 1920년 케냐에서 발병했다는 기록이 있다. 사하라 남부의 풍토병으로 여겨지던 이 병은 과거에도 유럽과 남아메리카,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크게 유행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대유행을 일으킨 적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리카에서 도는 질병으로 여겨 수의약품 업체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축과 관련한 세계적인 권위의 연구기관인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린다 딕슨은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아시아 국가로 번졌던 게 (수의약품 업체들이) 가장 크게 자극이 된 것 같다”라며 ”지금은 갑자기 모두가 이 병의 백신을 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백신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의 약 스무 배 가량 커서 제대로 효과를 내는 다른 백신의 개발 기술을 적용하기가 힘들다.

이번 유행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직 서유럽 전역으로 번지지 않았다. 서유럽에선 유일하게 벨기에의 멧돼지가 이 질병에 걸린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감염되지 않은 국가들은 이번 돈육 파동으로 인한 가격상승의 효과를 누릴 것이다. 이로 인해 전세계 돈육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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