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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31일 17시 37분 KST

"생리휴가 쓰려면 생리 입증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법원의 판결

재판은 2라운드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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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들이 신청한 생리휴가를 무더기로 거부한 아시아나항공에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1단독 이상훈 판사는 8일 폐경과 임신 등의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근로자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며 아시아나항공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회사가 승무원들의 생리휴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여러 차례 거부했다며 고용노동청에 고발했고, 2년 뒤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으나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3조: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

그러나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재판에서도 약식명령과 같은 벌금 200만원의 선고가 내려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각종 쟁점에 대한 아시아나의 주장과 법원 판결은 아래와 같다. 아시아나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모두 각각 항소하면서 이번 재판은 2라운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1. 생리휴가를 받으려면 생리 중임을 입증해야 한다?

아시아나 주장 : ”생리휴가를 주지 않았다고 처벌하려면 근로자에게 정말 생리현상이 있었는지 증명이 있어야 한다.”

법원 판결 :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청구하며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 요구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어 제도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생리현상이 없다는 비교적 명확한 정황이 없는 이상 근로자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

2. 생리하는 게 아님에도 쉬기 위해 제도를 악용한다?

아시아나 주장 : ”생리휴가가 휴일,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어 생리현상의 존재가 의심스러운 사정이 많았다.”

법원 판결 : ”여성의 생리현상은 하루 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며칠에 걸쳐, 몸 상태에 따라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기간이나 주기가 반드시 일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다는 것 등은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대한 명백한 정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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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menstrual pads with red glitter on blue colored background. Minimalist still life photography concept

3. 승무원 대다수가 여성이라, 생리휴가 모두 주면 일할 사람이 없다?

아시아나 주장 : ”객실 승무원 대다수가 여성인데, 이런 식으로 생리휴가를 쓰면 기내는 누가 돌보나?”

법원 판결

: ”(아시아나항공이) 이 사건 고발(2015년 6월) 이전에 대체 인력의 확보와 일정 조정 등을 통해 생리휴가 부여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는 아무런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

: ”객실 승무원 약 3500명 중 3300명이 여성이라는데, 객실 승무원의 압도적 다수를 여성으로 채용해야 할 필연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단지 아시아나가 승객들에게 양질의 객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선택한 경영상 판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 승무원에 의한 양질의 서비스’를 회사 장점으로 내세우는 경영상 선택을 했으면 그에 따라 부수되는 비용과 관련 법규의 준수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려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타당하다.”

″다른 업종보다 객실 승무원의 생리휴가 청구가 높은 이유는 생리기간 중 좁은 비행기 안에서 높은 강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는 이를 반영해 조금이라도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