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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 부족을 서울에 데려온 이 프로그램은 빗나가도 너무 한참을 빗나갔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 박세회
  • 입력 2019.10.28 17:13
  • 수정 2019.10.28 17:29
라니 족 청년 기손과 웨미론에게 해물을 권하는 출연진. 
라니 족 청년 기손과 웨미론에게 해물을 권하는 출연진.  ⓒMBN 화면 캡처

종합편성채널 MBN의 ‘오지go’는 자세히 설명하기도 싫은 프로그램 이름의 작명법부터 프로그램의 목적의식, 방향성, 계획, 실행, 실제 결과물이 전시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잘못됐다.

MBN의 설명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현대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오지에 대한 환상’을 쫓는다. 이들은 ‘아름다움과 원시 부족의 순수함을 찾아’ 뉴기니로 향했다. 사실 ‘원시 부족’이라는 단어 자체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일단 넘어가자. 

오지 탐험을 자신의 콘텐츠로 만든 개그맨 김병만과 윤택 등의 출연진은 해발 2800m의 고산지대에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부족’으로 불리는 라니 족을 만난다. 이름하며 ‘크로스 컬처 프로젝트’라고 한다. 전반부에는 한국 연예인들이 라니 족의 터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이어지는 에피소드에는 라니 족 아이들 두 명을 데리고 한국으로 와 라니 족 아이들이 서울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았다.

한국의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환상 혹은 제작진의 욕망을 좇기 위해 오지를 체험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 균열은 라니 족 젊은이들이 한국에 왔을 때 발생한다. 이들이 한반도에 오는 장면은 라니 족 젊은이 ‘웨미론‘과 ‘기손’이 짚으로 엮은 원주민 치마로 하반신만 가린 채 공항의 입국 게이트에서 나오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오지go' 방송화면 캡처.
'오지go' 방송화면 캡처. ⓒMBN/'오지go' 방송화면 캡처

뉴기니의 청년들은 MBN의 표현에 따르면 ‘난생처음 공항철도’를 타고 이 복장으로 한참을 간다. 그때 김병만이 마치 큰 걱정을 하듯이 ”지하철 안이 추운데 안에 있다가 밖에 나가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제작진은 그제야 라니 족 젊은이들에게 민소매 티셔츠를 준다. 라니 족에는 면으로 된 티셔츠를 입으면 절대 안 된다는 신념 같은 건 없다. 실제 뉴기니의 다니, 얄리, 라니 족 중에는 평상시에 우리가 입는 것과 별다른 것 없는 평상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내레이션이 나온다.

″너무나 아름다운 라니 마을. 이곳을 벗어난 적 없는 이들에게 한국은 처음 와 보는 해외인데요. 한국의 일상은 부족 청년들에게 어떤 느낌일까요?”

내레이션만 들으면 마치 한국이라는 전시회를 라니 족 청년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다. 아파트의 자동문을 보여주고, 화상 통화를 보여주고, 양궁을 하고, 스카이다이빙을 시키고, 라쿤 카페를 가고, 먹어보지도 않은 해물을 먹인다. 대부분의 과정에서 라니족 청년들은 옷을 벗고 있다. 시청자는 물론 촬영 장소에 있는 행인들의 눈길 역시 옷을 벗고 있는 이들을 향해 반응을 살핀다. 문명에서 자신들을 고립시킨 채 살아가는 뉴기니의 부족은 한국의 문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시선은 전시장의 관람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 도착한 기손은 ”한국 사람들이 라니 족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에 대해 알리고 싶어 전통 복장을 하고 왔다”고 말한다. 기손 씨의 마음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공공장소에서 벗고 다니게 놔둔 제작진의 속마음이 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슷한 비판이 올라온다. 이XX 씨는 ”집에선 옷을 입었는데, 굳이 공공장소에서 벗고 다닌다”라며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장XX 씨는 ”이게 뭐 하는 짓이냐”라며 ”제작진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는 의견을 올렸다. 최근 한국의 프로그램 중엔 외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을 살피는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다. 이 프로그램들은 ‘비틀어진 국뽕’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외국인 전시 국뽕 프로그램의 끝에 ‘오지go’가 있다. 이 방송의 문제점을 아래 영상으로 확인하자.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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