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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센터장이 '우울증을 간신히 견디고 있다'고 고백했다

우울증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키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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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자신의 우울증 투쟁기를 공개했다.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다. 이국종 센터장은 지난 17년간 선진국형 외상센터를 추구하면서 숱한 난관을 돌파해왔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거대한 장벽들에 ”이제는 못하겠다”고 토로한다. 그가  ”항상 우울하다”는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며 우울증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를 밝혔다.

참담한 일들이 두개골 속 대뇌에서부터 척추신경망을 타고 전신의 세포 말단까지 선명하게 파고들었다. 극도의 우울함을 넘어 마치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고, 구토가 올라왔다. 자주 화장실에 들락거렸으며 멍하니 딴생각 하며 걷다가 자꾸 부딪치거나 발을 헛디뎠다.

이국종 센터장이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외상외과를 배운 뒤 한국에 돌아왔을 때의 심경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다. 이 센터장은 당시 항우울제도 효과가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암을 치료하려면 병의 뿌리를 날려버려야 한다”며 ”원인이 있는 상태에서 대증요법과 같은 약물치료만 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2008년 영국 로열런던병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엔 약 먹을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밀려드는 중증외상환자에 치여 지내면서도 계속되는 외압에 우울했지만, 최대한 우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고백했다. 

담배를 끊지 못했다. 오직 음악이 휴식공간이 되었고 야구에 빠져 지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편안해하는 것이 최소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난 철저히 그런 것에 의지해 견뎠다. 직장에서 밥벌이하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주변 상황 때문에 더 이상 우울해질 수는 없었다.

이국종 센터장은 우울증에서 벗어났거나 극복했다고 적지 않았다. 우울증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 센터장은 ”구내식당의 점심 반찬이 잘 나온 것과 같은 사소한 일에라도 행복을 느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소소한 즐거움과 같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가야 우울증을 간신히 견디기라도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남들도 다 힘들다’를 생각하고 인생이 ‘그렇고 그렇다(It is what it is)’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울함도 감소한다”며 ”최악의 상황은 스스로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면서 신파극을 써 나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최악의 상황은 스스로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면서 신파극을 써 나가는 것이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웬만한 일에는 ‘It is what it is’로 퉁치고 넘어가며,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하면서, 어딘가에서 자기를 위해 노력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아주 아주 바쁘게 열심히 일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한다. 그래야 우울증에 대한 불필요한 신파를 막을 수 있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다음 전화번호로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생명의 전화 홈페이지에서 우울 및 스트레스 척도를 자가진단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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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이국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