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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한동대가 재학생의 결혼을 권장하는 센터를 만들었다

결혼과 다출산 문화를 장려하는 센터

경북 포항에 있는 기독교 사립대학인 한동대학교가 학내에 재학생들의 결혼과 다출산 문화를 장려하는 센터를 만든 것으로 확인돼 학생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한동대학교 현동홀 전경
한동대학교 현동홀 전경 ⓒ한동대 재학생 제공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대는 “재학생들의 결혼을 권장한다”며 ‘잇츠 센터’라는 이름의 결혼·다출산문화운동센터를 만들어 오는 11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다. ‘잇츠’는 히브리어로 ‘나무’라는 뜻으로 ‘푸른 나무가 돼 많은 생명의 열매를 맺자’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한동대는 창조가정문화연구팀, 건강가정캠페인팀, 인프라조성사업팀, 확산운동추진팀 등 4개팀으로 구성된 잇츠 센터의 역할을 △학생과 교직원의 결혼,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인프라 조성 및 운영사업 △다출산, 건강가정 문화와 관련된 세계관과 의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과 문화사역 등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잇츠 센터 설립을 지시한 장순흥 총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재학생들이 빨리 결혼하도록 권장한다는 뜻이다. 애를 낳자는 가치관, 생명 중시 사상이 일자리나 승진 등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 결혼을 빨리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일찍 낳겠다면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총장은 이어 “요즘 자살률도 높고 낙태도 쉬워졌고 동성애도 일어난다.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것도 문제다”라며 “모두 성경의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에 반한다. 한동대가 생명 중시 운동을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학생 박아무개(24)씨는 “학교 인식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길어봐야 10년 학교에 다니는데 잠시 동안 받는 (출산 관련) 학내 지원으로 평생의 삶을 책임지라는 것이냐”라며 “이성애 가족은 비판 없이 받아들이면서 동성애만 문제시 삼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학생 김아무개(23)씨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순결 서약식’ 때도 (잇츠센터 대표인 상담심리학부) 유장춘 교수가 ‘(성관계가) 하고 싶으면 결혼해서 해라’라고 말했다”며 “동성애 반대나 혼전순결 등 한동대만의 ‘특별함’을 주장해 학교가 살아남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페미니스트 연합모임’인 유니브페미는 최근 ‘결혼하려고 대학 온 거 아닌데요’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잇츠 센터는 연애가 되었든 결혼이 되었든 그 어떤 선택권도 인정하지 않은 채 결혼을 해서 번식하는 것만이 인간의 의무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무분별한 낙태’나 ‘동성애의 확산’ 때문이 아니라 출산 뒤 여성의 노동권 침해, 여성에게만 부여되는 가사·양육 노동의 의무 등 불평등한 성별 분업과 과도한 자녀양육 비용, 위계적인 가족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동대 내 반성폭력과 성 평등을 지향’하는 단체 ‘위(WE), 한동’도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려 “불안정한 고용과 턱없이 높은 집값 등 현실에서 살아가는 기독 청년들에게 현존하는 문제들을 모두 감수하고 성경적 가치관에 따라 결혼하라는 제안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혼과 출산은 단기적인 비용이 해결된다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 가치관은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이라며 “(낙태를) 사회적 부작용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의견이다. 동성애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빛이 아닌 ‘어둠’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둠과 굳이 싸우거나 억압하지 않고 우리가 빛으로 생각하는 것을 비춰 자연스레 어둠을 소멸시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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