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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한 십대의 머리를 뒤에서 쏜 미국 경찰은 어떻게 정당방위로 풀려났나?

정말 너무하고 너무하다

  • 박세회
  • 입력 2019.10.25 14:58
  • 수정 2019.10.25 15:00
A new surveillance video is shedding light on a deadly 2017 police shooting of Isiah Murrietta-Golding, a teenage murder suspect, as he tried to run away. It shows the 16-year-old climbing a fence then falling to the ground after being shot in the back of the head. Now the teen's parents are suing over his death. David Begnaud reports.
A new surveillance video is shedding light on a deadly 2017 police shooting of Isiah Murrietta-Golding, a teenage murder suspect, as he tried to run away. It shows the 16-year-old climbing a fence then falling to the ground after being shot in the back of the head. Now the teen's parents are suing over his death. David Begnaud reports. ⓒCBS News Videos

2017년 캘리포니아 프레즈노에서 발생한 한 경찰 총기 사건이 있다. 레이 빌라바조라는 한 경사가 무장하지 않는 십대를 등 뒤에서 머리를 향해 총을 발사해 사망케 한 사건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보면 총탄이 뇌간 바로 위에 박히며 십대 소년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다.

사흘 후 병원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이름은 아이제이아 뮤리에타-골딩이다. 뮤리에타-골딩이 사망하기 전날 프레즈노 경찰서 관할 지역에서는 총기 사건으로 촉발된 자동차 사망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이 사건 관련인으로 뮤리에타-골딩의 형제를 조사 중이었다.

뮤리에타-골딩의 집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던 경찰은 뮤리에타-골딩과 다른 십대 두 명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이들을 붙잡아 세웠다. 뮤리에타-골딩은 처음에는 경찰의 지시를 잘 따르며 차 밖으로 나와 경찰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나 직후 뛰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2017년 조사 당시 경찰을 비롯한 독립적인 조사 기관들은 도망치던 소년이 담을 넘어선 후 위협적인 동작을 취했다고 봤다. 뮤리에타-골딩이 허리춤에 손을 대는 것을 보고 레이 빌라바조 경사가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이후 뮤리에타-골딩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프레즈노 경찰서장인 제리 다이어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뮤리에타-골딩이 수차례 허리춤에 손을 댔다”라며 ”총에 맞을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시와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뮤리에타-골딩의 유족 측 변호인은 ”그저 이 영상을 보라”고 말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등을 통해 공개된 폐쇄회로 영상을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뮤리에타-골딩은 하얀색 쇠창살로 된 펜스를 넘어 잔디가 깔린 마당을 달려 지나가려 하다가 바지가 내려가자 바지를 추켜올려 입으려 했다. 잔디가 갈린 이 마당은 지역 탁아소다. 이때 화면 왼편 뒤쪽에 있던 경관(빌라바조로 보인다)이 총을 발사한다.

순식간에 쓰러진 아이에게 다가선 다른 경관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흐느적거리는 아이의 몸을 마치 물건처럼 뒤적거리고 수갑을 채운다.

프레즈노 경찰 측은 이 영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성명을 통해 뮤리에타-골딩은 ‘총을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 측은 ”그가 ‘아동 탁아소’로 뛰어들면서 민간인들에 대한 위험이 더 높아졌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인이 다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라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족 측 변호인은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부활절 전 주 토요일인 4월 15일로 탁아소에는 사람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경찰은 4살짜리 아이가 가게에서 인형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들고 나갔다는 이유로 이 아이의 부모에게 수갑을 채우고 총을 겨눈 사건이 있었다. 지난 14일에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한 흑인 여성이 언니의 집에서 8살짜리 조카를 돌보던 도중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해당 경찰은 ”집에 불이 켜져 있고 창문이 열려있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제퍼슨을 침입자로 오인해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 영상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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