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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4일 11시 20분 KST

정경심 교수 사진 공개 여부, 왜 언론사마다 다를까?

각 언론사마다 '해석'이 다른 것 같다

그동안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4일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고, 그에 따라 검찰청 앞 포토라인이 사라졌다. 바뀐 규정 때문에 정교수는 수사를 받는 기간 동안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수 있었고 적어도 공식적으로 사진이 찍힐 일은 없었다.

하지만 법원영장실질심사 때는 달랐다. 23일, 정 교수가 영장심사를 받는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카메라가 몰렸다. 이날 언론사는 정 교수의 사진을 앞다투어 찍었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이날 정교수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블러(Blur:흐림) 처리 해서 올렸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24일,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중앙일보는 ”중앙일보는 정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지금껏 모자이크 처리해온 정 교수의 얼굴을 공개키로 했다”며 방침을 바꾸었다.

의문이 든다. 왜 정교수 사진의 공개 방식에 대해 언론사들을 통일된 방식을 취하지 않은 걸까? 왜 조선일보는 정 교수가 포토라인에 서자마자 사진을 공개했을까? 왜 중앙일보는 ‘구속영장 발부‘를 기점으로 사진 공개로 입장을 전환했을까? 왜 여전히 상당수의 언론사는 정경심 교수의 얼굴을 블러 처리하거나 뒷모습을 올리는 걸까? 그 이유는 ‘한국기자협회’의 보도준칙과 관련이 있다.

 

얼굴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에는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가입되어 있다. 기자협회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재난보도준칙’ 성폭력 사건보도 실천요강′ 등 각종 보도준칙을 정하고 있다. 이 준칙들이 어떤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계가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할 경우 준수해야 할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보도준칙 중에는 인권보도준칙이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얼굴 공개‘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 원칙은 이렇다. 언론사는 범죄사건을 보도할 경우 ”헌법 제27조의 무죄추정의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및 피해자, 제보자, 고소․고발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협회는 그러면서 신상공개가 가능한 시점을 ‘유죄판결을 받은 때’로 정하고 있다. 인권보도준칙 제2장 제2항 다목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범죄자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 공개에 신중을 기한다”고 되어있다.

정경심 교수는 아직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이 아니다. 1심 재판이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 교수의 얼굴 공개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을까? 같은 준칙 제2장 제1항에는 ”‘공인’의 초상이나 성명, 프라이버시는 보도 내용과 관련이 없으면 사용하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공인일 경우에는 보도내용과 관련이 있는 사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명 정치인, 재계인사, 연예인들이 범죄 의혹을 받고 검찰에 출석할 경우 그들은 거의 대부분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섰고 얼굴이 모두에게 공개됐다. ‘땅공회항’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또한 검찰 수사 당시 포토라인 앞에 서며 얼굴이 공개됐다.

문제는 ‘공인‘을 정하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정경심 교수가 사립대 교수라는 점에서, 공직자였던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였다는 점에서 공인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반대로 ‘대학교수’에 불과하고 지금은 조 전 장관이 공직을 그만둔 상태기 때문에 공인이라 볼 수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언론사의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프포스트는 한국기자협회에 ‘정 교수의 얼굴 공개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한국기자협회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결국 정 교수의 얼굴 공개 문제는 각 언론사의 재량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