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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착취 영상 처벌 피하는 법,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회원 15만명 네이버 카페 게시판에서다.

  • 이진우
  • 입력 2019.10.23 10:46
  • 수정 2019.10.23 10:47

‘다크웹’의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누리집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놓고 사회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소지·공유한 이들이 네이버 카페 등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서 수사 상황이나 대응방안 등을 버젓이 공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가 22일 네이버 카페 ‘파일공유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의 게시물을 살펴보니, 이날 기준 4890개가량의 ‘아동청소년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관련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15만명의 회원이 가입된 이 카페 이용자들이 ‘아청법 마당’이라는 게시판에 2013년 4월1일부터 등록한 게시물들이다. 게시물은 대부분 아동·청소년(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묘사된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을 소지·공유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앞으로 수사가 예상돼 걱정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게시물 작성자들은 ‘잘못을 후회한다’면서도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한 요령을 공유했다. ‘아청법 마당’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한 이용자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수사관이 한 질문과 당부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특히 “토렌트(파일을 쪼개 다수 사용자가 공유하는 프로그램)를 통해 영상을 저장하는 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이들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일본 성인물만 올렸는데 아청물 유포 혐의로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를 받았다”며 “이 카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본 성인물만 올렸는데 아청법으로 경찰에게서 연락받은 분들은 무료로 상담해드리겠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다른 이용자가 “고3 자녀의 아청법 위반 영상물 소지, 제작, 유포로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자 “반성문이랑 생활기록부, 봉사활동기록 같은 걸 준비하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용자들은 경찰에 적발되지 않기 위한 거래 수단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힘내라”, “마음 고생 많았다”, “(선처를 받아) 축하한다”며 서로를 응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청법 위반자들의 꼼수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통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심각한 범죄행위로 인식되는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정보를 드러내놓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아무개(23)씨 역시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한국 재판부가 법정형 내에서 실형을 선고해 경각심을 주지 않고 피의자들이 말한 여러 사유를 인정해 선처를 해주다 보니 이런 정보 공유 공간이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아동을 성착취로부터 보호한다는 법의 목적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피의자의 양형 주장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여파 활동가도 “성범죄는 누군가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폭력인데, 어떻게 하면 법망을 피할지를 궁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대 형량에 못 미치는 적은 형량을 선고하는 일이 많은데 이것이 범죄 억제 효과를 내고 있는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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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 #웰컴투비디오 #다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