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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놓고 정부와 농민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협의는 언쟁 끝에 결렬됐다.

농민의 길 활동가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농민의 길 활동가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을 앞두고 정부가 농민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시작부터 고성이 오간 끝에 결렬됐다.

정부는 조만간 열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론이 나는 만큼 1~2일 내로 농업계와 합의를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농민들은 정부가 대안을 내놓을 의지 없이 의례적으로만 회의에 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WTO가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를 취소하는 논의를 진행중인 것과 관련해 농민들의 입장을 듣기위한 자리였다.

간담회는 회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느냐를 두고 시작부터 언쟁이 벌어졌고 일부 농민측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회의 공개 여부만 가지고 40분간 언쟁하던 끝에 양측은 결국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비공개 전환 10분도 안돼 농민단체 대표들이 회의장을 나왔다. 회의 공개와 관련해 농민측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탓에 농민측에서는 마지막까지 남은 3명만 회의에 복귀해 ‘반쪽짜리’ 간담회가 되고 말았다.

농민단체측에서는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두 차례 비공개 간담회 가지는 과정에서 정부측이 ‘개도국 지위가 취소돼도 농업 피해 없다’는 말만 할 뿐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회의 공개를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농민단체가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6개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했고, 정부는 1~2일 내에 이에 대한 대답 성격의 간담회를 다시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농민단체측은) 6개항목에 대해 정부입장을 (언론에)공개한 상태에서 꼭 들어야한다는 의견을 줬다”며 ”단기간에 확정적으로 정부 입장을 바로 드리기엔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인만큼 내부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도 (개도국 지위 포기 논의를) 마무리할 시점이라고 했고 국회 논의나 국제 통상 시기도 있으니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며 ”(간담회 시기는)하루 이틀 내에 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회의를 마치고 나온 임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성과가 없다. 결렬”이라며 ”정부는 이미 개도국 선언을 포기하려고 다 준비해놓고 단체장들과 하나의 의례적 형식의 간담회를 가졌다(모양새를 취하려는 게) 정부 생각이지 않나 하는게 단체장들의 느낌”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간담회는 회의를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는 농민측의 주장으로 회의 시작부터 고성이 터졌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비공개로 회의해봐야 ‘농민단체와 협의점을 찾는 데 노력했다’는 보도자료만 나오기때문에 정확한 보도를 위해 (언론에) 공개하는 게 맞다”며 ”개도국 특혜라고 얘기하는데 특혜를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장은 ”비공개로 회의를 하다보니 정부에서 무슨 얘기를 하냐하면 ‘개도국 지위 포기해도 농업에 피해가 없으니 비공개해라’ 이런 얘기를 한다”며 ”그러면서 피해가 있으면 가지고 와봐라(라고 하는데) 농민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안다”며 회의실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이에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농업이 피해 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정부 사람은 없다. 내 자신이 농민의 아들이기에 여러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백퍼센트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여러분이) 간담회를 공개로 전환하지 않으면 돌아가시겠다고 해도 딱히 잡을 입장은 아니다”라며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를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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