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0월 22일 11시 56분 KST

'시위 이후 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콩 사회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

사회가 병들고 있다

ANTHONY WALLACE via Getty Images
지난 21일 시위 차가자를 연행하고 있는 시위 진압대. 

무력감. 거대한 무력감이 홍콩 사회를 덮치고 있다. 계속되는 싸움 속에서도 바뀌는 것이 없다. 해당 지역 다수의 개인이 모여도 국가를 이길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홍콩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

시위가 시작되고 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9건의 자살이 시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폭력의 양상만 격해진 시위’가 다섯 달째에 접어들면서 젊은이들의 자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우울의 예로 22살 여성 니코 청의 이야기를 전했다. 간호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 여성은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경찰과 무력으로 맞붙는 시위 유닛에 소속되어 있다. 그들이 최후의 항거일로 정한 건 지난 8월 31일. 그때쯤 니코 청과 그의 주변인들은 모두 시위로 지쳐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러 생각이 떠돌았다.

″경찰에 자신의 몸을 던져 그들이 자신을 총으로 쏘게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떠돌았다.” - 가디언(10월 22일)

그러나 그녀는 8월 31일까지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중간에 물대포를 맞고 시위 현장을 떠나야 했다. 시위 현장을 떠났지만,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불안감이 차올랐다. 그녀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자신의 신분증을 잃어버렸을 때다. 뭐 어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저 어떤 일을 해도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죠.” - 가디언(10월 22일)

지난 6월 로이터는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는 홍콩에 정신 건강 문제가 대두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당시 기사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지나친 생계 비용, 치솟은 주거비용, 학업에 대한 압박감, 암울한 미래가 특히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ANTHONY WALLACE via Getty Images
지난 21일 시위 차가자를 연행하고 있는 시위 진압대. 

아무리 노력해도 인생이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그 기분을 대부분 조금씩 안다. 당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 본토 송환법의 철폐를 발효한 시점이다. 해당 시점에서 이미 4명의 홍콩 젊은이들이 이 법안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환법 철폐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었다. 홍콩 시위대의 공식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 다섯 가지를 골자로 한다.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이 충족되지 않는 한 시위대로서는 싸우는 방법뿐이다. 시위가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면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전부 가혹한 심판대 위에 서게 될 것이다.

홍콩 시위대의 요구 사항에 대한 중국 정부는 강경한 입장이다. 오히려 ‘복면금지법’ 카드를 꺼내 드는가 하면 시위에 참가한 청소년들까지 구속·체포하고 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폭력은 계속되고 있고, 젊은이들은 이 국가와 개인의 싸움을 무력감 속에 지켜보고 있다. 

아직 시위가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수치화한 자료는 없지만, 매해 실시하는 삶의 질 지수의 급격한 하락이 이를 방증할 수 있다. 홍콩 정신건강의 달 조직위원회가 조직하고 중문대학교가 실시한 한 정신건강 지수 서베이에서 15세 이상 홍콩 거주 1009명을 대상으로 웰빙 인덱스를 조사한 결과 2019년의 지수는 46.41점이 나왔다. 이는 이 지수가 산출된 2012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세계보건기구의 웰빙 인덱스를 차용한 이 지수는 삶의 질을 나타내는데, 52점 이상이 정상의 범위에 들어간다. 이 지수는 지난해에는 50.20이 나왔다. 급격한 하락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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