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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교 교사들이 동료 교사에게 가혹행위를 했다

전례없는 '집단 괴롭힘'이 발생했다.

  • 이진우
  • 입력 2019.10.21 17:46
  • 수정 2019.10.21 17:47
ANN 보도화면 캡처
ANN 보도화면 캡처

일본 고베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전례없는 집단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격신(무척 맵다는 뜻으로, 매운 맛의 강도 중에서 최고 단계를 일컫는다) 카레를 먹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얼굴에 문지르기까지 했다. 

이 사건이 특히 엽기적인 이유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이 학교의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가해자 4명(30대 남성 교사 3명, 40대 여성 교사 1명)이 지난해 봄부터 최근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20대 교사 한 명에게 무자비한 가혹행위를 지속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 교사가 이 학교에 부임한지 1년쯤 됐을 때부터였다.

이 사건은 10월 3일 고베신문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후 매운 카레를 먹이고 얼굴에 바르는 등의 가혹행위 장면이 촬영된 영상도 공개되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이밖에도 가혹행위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피해교사는 자신이 당했던 가혹행위를 일상적인 폭력행위, 기물파손, 모욕 등으로 구분해 공개했는데, 50여 가지에 달한다.

가해교사들은 피해교사를 때리고, 목을 조르고,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로 얼굴을 대는 폭력을 일상적으로 행사했다. 피해교사가 구입한지 얼마 안 된 차에 토마토 주스를 붓기도 했으며, 피해교사의 가방에 얼음을 채워넣기도 했다. 가해교사들은 이 피해교사에게 다른 여성 교원들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라고 지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또 가해교사들은 피해교사를 ‘쓰레기’라고 불렀다. 피해교사가 업무상 질문을 해도 ”쓰레기가 말하는구나”라는 식으로 답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의 가혹행위는 학생들이 있는 장소에서도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ANN 보도화면 캡처
ANN 보도화면 캡처

 

사건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자 가해교사들은 고베시 교육위원회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문에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피해 교사가 귀여워서 한 행동이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일본사회의 분노는 더 달아올랐다. 18일 열린 이 학교의 학부모 대책회의에는 학부모 400명여가 참석해 ”집단 괴롭힘을 당장 멈춰야 한다. 그건 범죄다”라며 ”학생들에게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가해교사들이 피해교사에게 카레를 먹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학교에서는 한때 카레 급식이 중단되기도 했다. 영상을 보게 된 학생들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카레 기피’ 현상은 사회로도 번져 인도카레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카레는 죄가 없다’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상생활 중에도 교원들의 가혹행위를 목격한 학생들의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학교의 집단 괴롭힘 인지 건수는 2017년 0건에서 18년도엔 13건으로 늘었으며, 올해엔 반년 만에 16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피해교사는 지난 9월부터 학교를 휴직하고 요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교사의 대리인 변호사는 지난 11일 가해교사들에 대해 강요와 폭행,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피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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