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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식물도 아닌 생명체 '블롭'이 처음으로 동물원에 전시됐다

정말 자연은 미스터리다

  • 박세회
  • 입력 2019.10.17 16:37
  • 수정 2019.10.17 17:54
프랑스 파리의 동물원에 처음으로 전시된 '블롭'.
프랑스 파리의 동물원에 처음으로 전시된 '블롭'. ⓒBenoit Tessier / Reuters

보통의 사람들은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생명체가 프랑스 파리의 동물원에 처음으로 전시됐다. 

동물도 식물도 아니고, 기관이 없고 입도 없는데 먹이를 찾고 소화하고, 뇌는 없는데 학습이 가능한 생명체가 있다. 일반인은 물론 과학자들에게도 생소한 이 생명체의 이름은 어렵게 말하면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 애칭은 ‘블롭’이다.

지난 12일부터 파리 동물원에 전시 중인 블롭은 노란색을 띠는 끈적거리는 생명체로 언뜻 봐서는 곰팡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블롭은 곰팡이를 먹는 곰팡이 청소부다. 눈코입도 없고, 소화기관도 없고, 발도 손도 없고 더듬이도 촉수도 없는 이 생명체가 어떻게 곰팡이를 찾아 먹고 소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가디언에 따르면 블롭은 우리가 가진 생명체에 대한 모든 관념을 벗어난다. 약 720개의 성별이 있으며 반으로 잘려도 2분 만에 재생된다. 라이브사이언스는 ”틴더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블롭의 짝짓기는 악몽이다”라며 ”블롭은 matA, matB, matC라 불리는 각각 16개의 변형을 가진 유전자 쌍 중에서 자신과 딱 맞는 쌍을 가진 상대와만 짝지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파리 자연사박물관 관장이 브루노 데이비드는 ”블롭은 자연의 미스터리의 영역에 속하는 생명체”라며 ”만약 두 개의 블롭을 합치면 한쪽이 다른 한 쪽의 지식을 전달한다”라고 밝혔다. 블롭은 유해 물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기억하며 심지어 그 기억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블롭의 움직임을 고속으로 재생한 영상이다. 이 영상을 보고 아래 설명을 읽으면 ‘블롭이 학습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실험을 좀 단순화해서 블롭의 학습과 기억 전달을 설명해보자. 블롭은 흰곰팡이를 주로 먹는데, 흰곰팡이까지 다다르는 길목에 다른 화학물질, 예를 들면 커피나 소금 등을 놔둔다. 먹이를 향해 직진하던 블롭은 처음에는 낯선 화학 물질에 망설이며 건넌다. 그러나 이때 무해하다는 걸 학습한다. 이후에 같은 물질을 만났을 때는 망설이지 않고 먹이를 향해 전진한다. 

두 개의 블록 군을 나누어 하나는 소금에 익숙해지도록 다른 하나는 커피에 익숙해지도록 한 후 먹이 길목에 소금과 커피를 바꿔 두면 두 실험군이 모두 먹이를 향한 전진을 망설이지만, 이 두 블록을 블롭을 합치면 소금과 커피 모두를 두려워하지 않고 건너 먹이를 정복한다. 학습과 학습의 공유로 해석할 수 있다. 

블롭은 스티븐 맥퀸이 출연한 1958년 작품 ‘더 블롭‘(The Blob)에서 따왔다. 이 영화에서는 펜실베이니아의 한 작은 마을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 ‘블롭’이 자신이 가는 길 앞에 놓인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위 BBC 영상을 보면 실제 블롭의 먹성 역시 만만치 않다. 가는 길에 있는 흰곰팡이를 깨끗하게 먹어 치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900종이 넘는 점균류 중 일부를 통칭하는 블롭은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는 원형질체가 먹이 등을 찾아 이동하다가 건조한 환경에서는 이동을 멈추고 포자낭을 만들어 포자를 방출한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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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블롭 #점균류 #과학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