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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바다를 둘러싼 21세기의 냉전 "북극의 주인은 누구인가?"

북극의 주인은 북극곰이면 좋겠으나.

CHUKOTKA AUTONOMOUS AREA, RUSSIA - JULY 12, 2019: A polar bear by Wrangel Island. Yuri Smityuk/TASS (Photo by Yuri SmityukTASS via Getty Images)
CHUKOTKA AUTONOMOUS AREA, RUSSIA - JULY 12, 2019: A polar bear by Wrangel Island. Yuri Smityuk/TASS (Photo by Yuri SmityukTASS via Getty Images) ⓒYuri Smityuk via Getty Images

엄밀히 따지면 남극은 대륙이지만 북극은 대륙이 아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땅 위에 눈이 쌓여 생성된 남극 대륙과는 달리 북극은 전 세계 바다의 3%를 차지하는 빙하로 가득 찬 바다다. 북극의 다른 말이 ‘북빙양’인 이유다. 계절에 따라 다르다. 북반구의 겨울이면 북극점 주변의 빙하가 점점 커지기 시작해 거대한 대륙처럼 된다. 이 시기에는 그린란드, 미국, 러시아가 빙하로 연결된다. 반면 여름을 지난 9월께에는 빙하가 녹아 보기에 대륙이 분리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래 사진은 2016년 얼음이 가장 많이 얼었을 때(왼쪽)와 가장 많이 녹았을 때(오른쪽)를 비교한 이미지다.

북극을 둘러 싼 빙하의 크기. 
북극을 둘러 싼 빙하의 크기.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org)

그런데, 북극이 바다라면 누구의 바다인가? 북극을 둘러싼 국가는 모두 8개국이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 아이슬란드다. 이들 북빙양 8개국이 소리 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중 다수는 유엔에 북극의 소유권 일부를 주장하는 공식 서류를 제출하기도 했다. 라이브사이언스는 이를 두고 ‘새로운 냉전’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와 미국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역시 북극은 춥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싸움이 가속화한 이유는 슬프게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예전에는 일 년 내내 꽁꽁 얼어 붙어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던 북국의 얼음이 차차 사라져 개발이 가능하고 배가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북극 지리학자인 리처드 파월은 라이브사이언스에 ”지금의 트렌드 대로라면 2040년이나 2050년쯤에는 북극에 얼음이 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북극에는 석유와 가스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은 북빙양에 현재 발견되지 않은 석유의 13%에 달하는 9000만 배럴의 석유 자원과 손대지 않은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북극의 자원을 마음껏 꺼내 쓰지 않는 이유는 텍사스에서 석유 자원을 시추하는 데 비해 약 50~100의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현재 북빙양의 중심부는 주인 없는 공해다.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라 북극을 둘러싼 국가들은 자국의 해안선에서부터 370km 떨어진 해저까지의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특정 국가가 370km 제한선 밖의 해저에 있는 지질학적 특성이 자국의 영토와 연결되어 있다는 지질학적 특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해당 국가의 해저 관할권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웃지 못할 쇼가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2007년 러시아의 잠수함 두 정이 해저 4km에 내려가 깃발을 꽂고 왔다. 로모노소프 해령을 타고 이어지는 북극점까지의 땅이 자신들의 대륙과 이어져 있다는 주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제스처였다.

로모노소프 해령의 반대쪽 끝은 그린란드의 370km 권역에 속한다.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는 덴마크는 이를 근거로 해령이 이르는 해저가 자신들의 관할권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학술적인 근거일 뿐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지는 못한다. 그저 지금은 조용히 학술 자료를 준비하며 싸우고 있을 뿐이다. 참고로 북극을 둘러싼 땅의 크기로만 보면 캐나다와 러시아가 가장 크다.

현재로써 이 싸움은 시급하지 않고 결론이 나기엔 지나치게 이르다. 다만 북극의 주인이 결정되면 에너지 패권이 재조정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북극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이 자꾸 북극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지난 12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북극권의회(Arctic Circle Assembly)에서 릭 페리 미 에너지 장관은 ”외부에서 북극해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다”라며 러시아와 손을 잡고 북극의 자원 채굴에 나선 중국을 비판한 바 있다. 

참고로 북극을 둘러싼 미국·러시아·캐나다·핀란드·노르웨이·덴마크·아이슬란드·스웨덴 등 8개국은 1990년 북극 이사회를 결성하고 배타적으로 논의 중이다. 그러나 배타적 경계수역 안쪽의 공해를 자국의 관할로 싸워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당장 개발에 착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바다는 지금은 개발하기에는 한없이 차갑고 빙하 때문에 접근할 수도 없다. 역설적이게도 지구 온난화가 이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얼음이 녹을수록 개발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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