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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홍콩 시위대는 '킹' 르브론 제임스의 저지를 불태웠나?

미국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 박세회
  • 입력 2019.10.16 11:47
  • 수정 2019.10.16 11:48
Demonstrators watch as a Lebron James jersey burns during a rally at the Southorn Playground in Hong Kong, Tuesday, Oct. 15, 2019. Protesters in Hong Kong have thrown basketballs at a photo of LeBron James and chanted their anger about comments the Los Angeles Lakers star made about free speech during a rally in support of the NBA and Houston Rockets general manager Daryl Morey, whose tweet in support of the Hong Kong protests touched off a firestorm of controversy in China. (AP Photo/Mark Schiefelbein)
Demonstrators watch as a Lebron James jersey burns during a rally at the Southorn Playground in Hong Kong, Tuesday, Oct. 15, 2019. Protesters in Hong Kong have thrown basketballs at a photo of LeBron James and chanted their anger about comments the Los Angeles Lakers star made about free speech during a rally in support of the NBA and Houston Rockets general manager Daryl Morey, whose tweet in support of the Hong Kong protests touched off a firestorm of controversy in China. (AP Photo/Mark Schiefelbein) ⓒASSOCIATED PRESS

홍콩의 시위대가 먼 나라 미국의 농구 선수 저지를 불태우며 분노했다. 스폰서십과 정치가 얽힌 복잡한 이야기다. 

‘킹’. LA 레이커스의 포워드 르브론 제임스를 수식하는 단어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르브론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 수식어를 붙이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근 왕이 정치에 뛰어들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NBA 스폰서들의 중국 사업을 고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 4일 휴스턴 로케츠의 단장인 데릴 모리의 트윗에서부터다. 이날 데릴 모리는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스포츠 관련자들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미국에서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은 대립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계에 등장한 이후 수많은 스타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대놓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모리는 ‘좀 더 큰 지뢰’를 밟아 문제가 됐다. 중국이다. 이 발언으로 중국 영사관이 모리와 휴스턴 로케츠를 압박하는 성명을 냈고, NBA 스폰서로 있는 중국 기업들은 스폰서십 철회를 표명하며 프로농구 협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 미국 NBA에 중계권으로 5년간 15억 달러(약 1조 7779억원)에 계약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텐센트’(텅쉰)가 생중계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NBA와 휴스턴 로케츠에게 중국은 버릴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 내에서 휴스턴 로케츠는 인기가 많다. 중국 최고의 농구 스타 야오밍이 NBA에 있던 시절 휴스턴 로키츠에서휴스턴 로케츠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는 축구로 치면 박지성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동하며 한국에서 프리미어 리그의 인기가 치솟았듯이, 야오밍 이후 NBA의 인기도 미국 내에서 폭발했다. 지난 시즌 NBA 경기를 한 번이라도 시청한 중국인의 수는 5억명에 달한다. 광고 수익 등을 합하면 40억 달러(약 4조 7천억원)의 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본다.

이 일로 미국 텍사스주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그는 로케츠의 팬으로 유명하다) ”평생 휴스턴 로케츠의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홍콩 시위대를 억압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를 비판한 모리 단장이 자랑스럽다”라며 ”큰돈을 쫓기 위해 NBA는 수치스러운 후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내각의 최연소 장관을 지낸 훌리안 카스트로는 ”심지어 미국 내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이 경제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상황을 정리해 표현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NBA 관계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제임스에게 물어보지 않을 리가 없다. 지난 14일 LA 레이커스(제임스의 소속팀)의 경기가 있던 날 그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르브론이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제임스는 ”우리는 지금 전부 표현의 자유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라며 ”맞다. 우리는 모두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모리의 발언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어 그는 ”나는 대릴 모리와의 말싸움에 끼고 싶지는 않지만, 당시 그는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말한 것 같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실질적으로,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해를 봤다”라며 ”그러니 우리가 말하고 트윗하고 행동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비록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악영향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소식은 빠르게 번졌다. 홍콩의 시위대는 분노했다. 르브론의 답변이 나온 후 홍콩의 시위대는 제임스의 저지를 불태우며 분노를 표출했다. AP에 따르면 이날 약 200여명의 시위대가 사우손 운동장에 모여 르브론 제임스의 가면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르브론 제임스의 티셔츠와 저지를 불태웠다. AP는 이들이 ”지면에 옮겨 적을 수 없는 말”로 제임스를 저주했다고 보도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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