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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떠난 시리아 북부에 러시아군이 진출했다

이제 미국을 대신해 러시아가 이 지역의 안보를 관리하게 된 모양새다.

  • 허완
  • 입력 2019.10.16 11:59
  • 수정 2019.10.16 12:01
Russian and Syrian national flags flutter on military vehicles near Manbij, Syria October 15, 2019. REUTERS/Omar Sanadiki
Russian and Syrian national flags flutter on military vehicles near Manbij, Syria October 15, 2019. REUTERS/Omar Sanadiki ⓒOmar Sanadiki / Reuters

미국 군 병력이 철수한 시리아 북동부에서 러시아군이 순찰 활동을 시작했다. 터키와 쿠르드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했던 역할이다. 

터키에 군사행동 중단과 휴전을 촉구하며 제재를 부과했던 미국 트럼프 정부는 부랴부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터키에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터키는 미국의 압박과 중재 제안을 일축하며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은 14일(현지시각) 밤 시리아 북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만비즈에 입성했다. 러시아와 시리아 깃발을 단 군용 차량들이 이 지역을 순찰하는 모습이 곧 포착됐다. 

Cars pass under a road sign that shows the direction to Manbij city, at the entrance of Manbij, Syria October 15, 2019. REUTERS/Omar Sanadiki
Cars pass under a road sign that shows the direction to Manbij city, at the entrance of Manbij, Syria October 15, 2019. REUTERS/Omar Sanadiki ⓒOmar Sanadiki / Reuters

 

유프라테스강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만비즈는 미국의 지원 속에 쿠르드족 민병대(인민수비대, YPG)가 장악해왔던 곳이다. YPG가 주축이 되는 시리아민주군(SDF)은 2016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이곳을 탈환했다.

쿠르드를 겨냥하고 있는 터키는 이곳을 공격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미국의 병력 철수를 ‘배신’으로 받아들인 SDF는 터키군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시리아 정부군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국의 옛 동맹이 러시아 쪽으로 넘어간 것. 덕분에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몇 년 만에 다시 이곳에 깃발을 꽂을 수 있게 됐다.

만비즈 인근에는 지난 3년 동안 운영되어 온 미군 기지도 있다. 한 러시아인은 트위터에 텅 비어있는 이곳의 영상을 올렸다. ”어제는 그들(미군)이 여기에 있었는데, 오늘은 우리가 있다.” 그가 말했다. ”그들이 어떻게 살았고 뭘 하고 있었는지 한 번 보자.” 유튜브에 올라온 다른 영상에도 코카콜라와 식료품, 집기 등이 그대로 남겨져있는 미군 기지 내부 모습이 담겼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지휘한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CJTF–OIR) 대변인은 미군 병력이 만비즈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연합군 병력은 시리아 북동부에서 천천히 철수하고 있다. 우리는 만비즈를 떠났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미군 철수 결정으로 터키의 군사작전이 개시돼 15만여명의 시민들이 피난길에 올랐고, 미국과 크루드의 동맹 관계는 깨졌고, IS 재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며, 미국의 적국인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전투 한 번 없이” 이 지역을 되찾았다고 현재 상황을 요약했다.

미국을 대신해 이제 이 지역의 안보를 관리하게 된 러시아는 일단 터키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일축했다. 시리아 특별대사 알렉산더 라브렌티에프는 ”(터키와 시리아의 교전은) 용납될 수 없다”며 ”따라서 우리는 당연히 이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터키군과 시리아군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도록 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실무방문(working visit)으로 모스크바에 와달라고 요청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고 러시아 대통령궁은 밝혔다.

Turkish tanks and troops stationed near Syrian town of Manbij, Syria, Tuesday. Oct. 15, 2019. Russia moved to fill the void left by the United States in northern Syria on Tuesday, deploying troops to keep apart advancing Syrian government and Turkish forces.(Ugur Can/DHA via AP)
Turkish tanks and troops stationed near Syrian town of Manbij, Syria, Tuesday. Oct. 15, 2019. Russia moved to fill the void left by the United States in northern Syria on Tuesday, deploying troops to keep apart advancing Syrian government and Turkish forces.(Ugur Can/DHA via AP) ⓒASSOCIATED PRESS

 

이처럼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는 가운데 미국은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날 터키에 군사공격 중단과 휴전을 촉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제프리 시리아 특별대사 등을 모조리 터키에 파견했다. 

그러나 터키는 미국의 압박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5일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떤 제재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미국)은 ‘휴전을 선포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절대 휴전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작전을 중단시키려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시리아 정부군의 만비즈 진격은 ”어쨌거나 그들의 영토”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게 중요한 건, 테러단체(쿠르드 세력을 지칭)가 그곳에 남아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푸틴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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