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0월 15일 21시 42분 KST

하기비스 피해 대피소 찾은 일본 노숙자가 문전박대 당했다

현지에서도 "도쿄 올림픽 개최국이 맞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ASSOCIATED PRESS
Residents walk along the mud-covered road in a neighborhood devastated by Typhoon Hagibis Tuesday, Oct. 15, 2019, in Nagano, Japan. More victims and more damage have been found in typhoon-hit areas of central and northern Japan, where rescue crews are searching for people still missing. (AP Photo/Jae C. Hong)

초강력 태풍 ‘하기비스’로 수도권 700만명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도쿄의 한 대피소가 노숙자들의 입소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하기비스가 상륙한 12일 아침 64세의 한 노숙자가 도쿄 다이토구 한 초등학교에 차려진 대피소를 찾았으나 문전박대 당했다. 신문은 대피소측이 노숙자에게 이름과 주소를 적을 것을 요구했으나 주소가 없다고 하자 입소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노숙자는 아사히에 ”홋카이도에 주소를 두고 있다고 말했으나 역시 거부 당했다”고 말했다. 대피소 입소를 거부 당한 노숙자는 빌딩 처마 아래 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거센 태풍과 폭우 속에 밤을 지새야 했다. 이 노숙자 외 또 한 명의 노숙자도 대피소 입소가 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하기비스가 강타한 도쿄 일대에는 시속 225㎞의 살인적 강풍과 600~1000mm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내리던 상황이다.

이 같은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며 일본 내 큰 논란이 일었다. 대부분은 대피소 측의 잘못된 결정에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한 트위터리안은 ”도쿄 올림픽을 개최할 나라 맞냐”라며 ”외국 사람들이 보면 끔찍한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대피소 측 입소 반대 결정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옆에서 잠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옹호론자들은 노숙자들의 불결한 차림과 냄새, 온전치 않은 정신상태를 들어 ‘일반인’들과의 분리 수용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이토구는 도쿄의 마지막 슬럼지대로 불리는 산야를 끼고 있어 평소 노숙자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은 곳이다.

선진국 중 노숙자수가 가장 적어 홈리스 문제에 관한 한 미국, 유럽에 앞서 있다 자부해 온 일본 정부는 이번 일로 적잖이 곤혹스런 입장이다. BBC에 따르면 일본 노숙자수는 4555명(1월 조사 기준)이며 이 중 도쿄에 1126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LA카운티내 노숙자수 6만명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이번 일은 보이지 않는 만큼 사회도 이들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자아반성의 상징적 사건으로 비쳐진다.

논란이 커지자 아베 신조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대피소는 대피하려는 모든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을 파악해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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