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을 겨냥한 터키의 군사작전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터키에 공격 중단을 촉구하며 제재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관세를 50%로 올리고 1000억달러(약 118조5700억원) 규모의 무역협상을 즉각 중단하는 등의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군사작전에 관여한 터키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자산 동결, 금융 제재 등의 조치도 포함됐다.
언론 브리핑에 나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국은 터키의 시리아 침략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터키에 물러날 것을, 폭력행위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시리아를 침공하라는 그린라이트를 터키에 주지 않았다.”
국무부와 재무부도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국무부는 ”시리아 북동부에서의 군사 공격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수용할 것을 압박”하기 위한 이번 조치로 터키 정부의 에너지 장관, 국방부 장관, 내무부 장관 등이 제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터키의 군사 공격은 민간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수를 발표함으로써 터키에 군사작전을 위한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국과 함께 피를 흘리며 싸운 쿠르드군을 배신했다는 이유에서다. 터키 정부는 자국 내 분리주의 독립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시리아 북부 쿠르드인들을 ‘국가안보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며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이 훈련시키고 지원했던 쿠르드족 민병대(인민수비대, YPG)와 이들이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SDF)는 미국의 철군 결정을 ‘배신’으로 규정하며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았다. 미국이 적국으로 규정하는 러시아,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로부터 군사 지원을 받기로 한 것.
시리아 정부군은 한 때 IS가 장악했고 이후 쿠르드족이 점유해왔던 시리아 북부 영토를 되찾을 기회를 그냥 놓치지 않을 기세다. SDF와의 합의 타결 소식이 알려지기 무섭게 시리아 정부군은 빠르게 진격해 북동부 지역 마을들을 장악하고 있다. SDF와 미군이 주둔했던 지역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다시 손에 넣은 것.
시리아 정부군이 북쪽으로 진출함에 따라 터키군과 직접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시리아 내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 셈이다.
한편 이 지역에 병력과 동맹 세력을 둠으로써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시리아 내전 종식 이후 평화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 상황을 ”모니터”하기 위한 소규모 병력을 유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