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긴축 재정 계획으로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11일째 계속되고 있다. 수도 키토의 주말 거리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최루가스가 퍼진 거리에서 많은 시민들이 바리케이드 뒤에 숨어 벽돌이나 작은 불덩이를 던지고 있었다.
이번 폭력 사태는 모레노 대통령이 안전을 이유로 과야킬로 수도 기능을 임시 이전하며 키토를 떠난 후 한층 더 확대됐다. 키토의 경찰과 시위대는 여전히 충돌 중이다. 시위대 주요 참여 세력 중 하나는 토착민들이다.
반정부 시위는 왜 시작됐나
이번 시위는 모레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제통화기금(IMF)와 맺은 협정에 따라 긴축 재정을 시작하면서 촉발했다. 대통령은 연료 보조금을 폐지했고, 유가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다른 소비재 가격도 크게 올랐다.
물가 상승은 토착민을 비롯한 빈곤층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됐다. 유가 상승에 직접 반발해 파업에 들어간 버스·택시·트럭 기사들의 시위에 토착민 커뮤니티의 지도자들이 합류하면서 규모는 수천만명 단위로 커졌다.
12일 현재 20명 가량이 사망하고 2천여명 넘게 부상을 입었으며 최소 500명이 체포되었다고 추정되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현재는 에콰도르 전국에 걸친 토착민 단체를 대표하는 하이메 바르가스의 우산 조직이 키토 시내 시위를 주도 하고 있다.
아마존 부족 대표자들도 창을 들고 키토로 와 모레노 정부의 석유 시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나
모레노는 유류 보조금 폐지를 취소하지 않겠다며 대신 토착민 지도자들과 직접 대화를 제안했다.
한편으로는 시위를 ‘토착민 단체를 이용한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전 에콰도르 대통령이 그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두로와 코레아는 즉각 이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시위대는 어떻게 답했나
토착민 단체는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이와 함께 경찰 진압단의 폭력을 멈추라는 성명을 냈다.
시위대는 최루탄 등으로 부상을 입은 시위 참가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계속해서 공개하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나, 모레노 정부는 예정됐던 기자회견마저 취소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토착민 단체들은 국회 밖에서 경제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도시는 어떤 상황인가
키토 지역 소매 조정 기관에 따르면, 시내의 시장 스무곳이 지난 주말 안전 문제로 문을 닫았다. 기관은 시위대가 토요일에 여러 시장들을 일찍 닫으라고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내 일부 지역의 유정들도 시위대의 반발에 따라 문을 닫았다.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생산이 억제된 원유의 양이 1백만 배럴 이상이라고 12일 밝혔다. 중국 소유의 구리 광산 한곳도 임시 폐쇄됐다.
유엔은 갈등 중재안을 다시 냈다. 에콰도르 내 유엔 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 나라의 발전과 평화를 위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내기 위해 효율적이고 포괄적인 과정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프포스트UK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