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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들이 38년 만에 축구 '직관'을 할 수 있게 됐다(사진)

이날 이란은 캄보디아에게 14-0 대승을 거뒀다.

  • 김현유
  • 입력 2019.10.11 15:21
  • 수정 2019.10.11 15:22

38년 만에 이란 여성들이 축구 경기를 ‘직관’할 수 있게 된 가운데, 수천 명의 이란 여성 관객들이 경기장을 찾아 기쁨을 만끽했다.

10일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 2차전 이란 대 캄보디아의 경기가 열렸다. 조 최약체인 캄보디아와의 경기였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38년 만에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이 허용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ASSOCIATED PRESS

이란축구협회는 이날 전체 관중석 8만석 중 3500석을 여성 관객을 위한 좌석으로 할당했으며, 여성 관중들은 경기 4시간 전부터 입장하도록 했다. 3500석은 인터넷에서 1시간 만에 매진됐다.

여성 관중석과 남성 관중석은 철조망으로 분리됐으며, 출입구와 주차장도 여성 전용으로 마련됐다. 이란축구협회 측은 ”여성 관중이 불상사를 당할 수 있어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ASSOCIATED PRESS

축구장에 입장한 여성 관객들은 부부젤라를 불고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BBC에 따르면 한 여성 관객은 ”우리는 매우 행복한 3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웃고 있었고 일부는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며 ”나는 이런 경험을 이제서야 할 수 있게 됐지만, 어린 소녀들이 오늘 이후로 계속 축구장에 방문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ASSOCIATED PRESS

그러나 마냥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날 남성 관객은 2천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성 관중석을 제외한 관중석은 텅텅 빈 상태였다. 경기장 밖에서는 표를 구하지 못한 여성들이 모여 ”자리가 있는데 표를 안 판다”며 구호를 외치고 항의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ASSOCIATED PRESS

또 여성에게 배정된 관중석이 코너 플래그 뒤편으로, 경기를 관람하기에 시야가 가장 나쁜 곳이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 가운데, 경기 내내 여성 경찰들은 여성 관중석을 둘러싸고 남성 관객의 접근을 막는 한편 히잡이 벗겨진 여성 관객이 있는지 감시했다.

이란은 그동안 여성들이 남성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없도록 금지해 왔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형은 물론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35명의 이란 여성이 축구장 입장을 시도하다 무더기로 유치장에 감금됐으며, 남장을 한 채 축구장에 들어가려다가 적발된 여성 축구팬이 재판을 앞두고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란 당국은 여성 관객들의 입장을 허용하게 됐다.

한편 이날 이란은 캄보디아에 14-0 대승을 거뒀다. 이란은 전반전에 8골, 후반전에 6골을 기록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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