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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톨게이트 노조 합의에 '반쪽짜리 타결' 지적 나오는 이유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에 우선 합의했다

지난 9일 열린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
지난 9일 열린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 ⓒ한겨레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된 요금소(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의 농성이 100일 넘게 이어져오는 가운데, 정치권의 중재로 9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에 우선 합의를 이뤘다. 양쪽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불법파견 관련 소송 2심에 계류 중인 수납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고, 1심 계류자들은 기간제로 우선 채용한 뒤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합의에 불참한 만큼 ‘반쪽짜리 타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안이 한국도로공사와 수납 노동자들 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기존보다 진전된 조건으로 노사가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번 타협안은 기존 도로공사 방침보다는 상식적이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안”이라고 평가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농성이 장기화될수록 투쟁하는 노동자들도 그만큼 진이 빠지고 비용이 들어간다”며 중재를 한 을지로위원회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못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더 극단적인 투쟁이나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어, 이후 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더 적극적인 중재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재에 나선 민주당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견을 조금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앞서 민주노총은 8일 을지로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하는 대신 ‘현재 1심 계류 중인 수납 노동자 중 첫 판결 결과를 나머지 전원에 적용해 즉시 직접 고용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위원회 쪽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은 수용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전면 부정한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주훈 민주노총 일반민주연맹 기획실장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노동자들은 소송 시점이 모두 달라서 모든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한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며 “도로공사가 불법파견 요소를 제거했다고 주장하는 2015년 이후 입사자들 가운데 이미 1심에서 승소한 이들이 있는 만큼 법적 판단을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선복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위원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선복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위원장 ⓒ한겨레

중재안을 받아들인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기존에 해온 수납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이번 합의에선 임금과 직무 등 근로조건과 관련한 내용은 노사가 다음에 논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로공사는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채용한 만큼 직접고용할 경우 수납 업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업무가 바뀔 경우 수납 업무와 달리 다른 지역으로 순환근무할 가능성이 있다.

김병종 한국노총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 부위원장은 “복직 시 구체적인 업무에 대해선 이제부터 사 쪽과 교섭해야 한다”며 “순환근무 가능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다만, 기존 수납 노동자들 가운데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를 고려한 새 업무를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을지로위원회 중재안을 받지 않은 이유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동시에, 불법파견 책임을 물어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에 대한 시민고발인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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