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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시된 소녀상을 보기 위해 30명 추첨에 709명이 몰린 이유

7일밖에 남지 않았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아이치 트리엔날레 ⓒTwitter/ayikuta

비판 여론에 휩싸여 전시를 중단했던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가 8일 오후 재개됐다. 폐막까지는 불과 7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예술제 주최 측에 따르면 입장은 하루 2회로 제한하고, 1회 30명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30명은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첫 회차는 오후 2시 10분부터 1시간, 두 번째 회차는 오후 4시 20분부터다. 추첨 시간은 각각 오후 1시와 오후 3시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전시가 재개된 8일 추첨에 참여하기 위해 709명이 줄을 섰다. 경쟁률이 23.6대 1에 달한 것이다.

안전을 위한 절차 역시 복잡하다. 감상자는 전시에 관한 사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가이드와 함께 전시를 관람해야 하며, 안전을 위해 소지품을 두고 금속탐지기 신체검사도 실시한다. 도검류나 무기 소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 전시실 앞에는 경비원 3명이 지키고 있어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표현의 부자유전을 보기 위해 몰린 인파와 취재진의 모습이다.

언뜻 지나친 절차처럼 보이지만, 표현의 부자유전이 본 내에서 일으켰던 반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8월 1일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개막하고 난 직후 일본의 인터넷은 불타올랐다. 해당 전시를 시찰하기 위해 방문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 시장은 ”일본인의 마음을 유린했다”라며 전시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기자회견에서는 ”시도가 주최하는 예술제에서 정치적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여론을 하이잭(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이 전시에 들어간 정부 교부금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대응하겠다”고 밝혀 기름을 끼얹었다. 일각에서는 ”교부금으로 사실상 검열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우익 보수 세력의 화력은 막강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참여한 일본 내외 작가 10여 명이 자신의 작품을 회수해가는 등,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세력과 일본의 보수 우익이 맞붙는 전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최 측에 방화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 일도 있었으며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문화청은 ”(소녀상 전시로) 원활한 예술제 운영에 문제가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하고도 당국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이 행사에 대한 보조금 지원 계획(7800만엔)을 취소하기도 했다.

뒤늦게라도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 측에서 소녀상을 포함한 ‘표현의 부자유전’을 재개한 건 표현의 자유가 쟁취한 작은 승리다. 트리엔날레 주최 측에겐 관제 검열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작품을 예술전에서 철수했던 10여 명의 작가들이 모든 작품을 다시 보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트리엔날레 예술감독 쓰다 다이스케는 7일 밤 기자회견에서 ”재개로 합의할 수 있던 것에 매우 기쁘다. 환영해야 할 일”이라며 ”전시 재개와 동시에 지금까지 전시 중지나 변경을 했던 다른 작가들도 전원 돌아오줘서 무엇보다 기쁘다”라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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