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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계를 비판하며 법정에서 총으로 자기 가슴을 쏜 태국 판사

지금은 안정된 상태라고 한다

카나꼰 판사가 쓴 평결문
카나꼰 판사가 쓴 평결문

방콕(AP) - 태국에서 판사가 상부의 재판 개입을 비난하며 법정에서 총기 자살을 시도한 이후 사법 독립과 공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부 얄라주 지방법원의 카나꼰 삐안차나 판사는 10월 4일에 법정에서 총기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뒤 권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쏘았다. 피고인들 중 3명은 사형까지도 받을 수 있었다. 카나꼰 판사가 안정적인 상태라는 보도가 다음 날 전해졌다.

자살 시도 후 그가 쓴 25페이지에 달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퍼졌다. 상부에서 유죄 평결을 내리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높은 판사들은 하급법원 판결문이 나오기 전에 미리 볼 수 있다는 등의 제도에 대한 비난도 담겨 있었다.

카나꼰의 성명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졌다고 하며, 비슷한 비난을 하는 영상도 있었다고 하나 복사본이 다른 곳들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래 카나꼰의 페이지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카나꼰은 유죄를 내릴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수리얀 홍빌라이 법원 대변인은 카나꼰의 행동이 개인적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으나, 일부 법 전문가들은 사법부가 조작되고 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카나꼰이 쓴 두 문구가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의 공감을 샀다. “판결을 판사에게 돌려주라. 정의를 사람들에게 돌려주라.”였다.

태국 사법 제도는 오래 전부터 부패 혐의로 비판을 받아왔으나, 최근에는 정치적 편향이 있다는 비난도 일었다. 사법부 개혁 시도는 강한 저항을 받았고, 지금도 재판부가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2006년 이후, 축출된 탁신 총리 지지자들과 군부의 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민주주의 활동가들은 검찰의 표적이 되어왔다고 믿는다. 검찰은 태국의 전통적 왕정주의-군부 여권의 편으로 간주된다.

얄라주 등 무슬림 분리주의자 반란으로 2004년 이후 약 6천 명이 사망한 남부에서는 문제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 반란에 맞선 군의 잔혹 행위가 있었다는 비난이 일었다. 태국은 불교 신자가 대다수이나, 남부 세 개 주는 무슬림이 다수이다.

카나꼰은 성명에서 남부 지역의 안보 상황을 여러 번 언급했다. 가혹한 구류 상태의 반란 용의자들에게서 얻어낸 진술은 믿을 수 있는 증거가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군의 용의자 고문을 비난해온 인권 활동가들이 자주 제기했던 사실이기도 하다.

또한 과거 사건에서는 국가 업무 수행 중이었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살해한 군인 세 명에 대한 형을 경감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도 회고했다.

또한 하급법원 판사의 보수와 근무 조건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그러나 하급 법원 판사들이 판결문을 내기 전에 상위 판사들이 볼 수 있게 하는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독립적 사법 감시 단체 아이로(iLaw)의 잉치프 아츠타논트는 카나꼰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사법 개혁 운동을 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나는 원칙이 있고 시스템을 깨뜨릴 용기가 있는 판사들이 있다고 늘 믿어왔으나 누구인지는 몰랐다. 우리의 믿음이 사실이고 희망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어 고맙다.” 그가 올린 포스팅이다.

지지도가 높은 중도좌파 정당인 미래전진당(Future Forward Party)의 저명 의원인 전직 법 교수 피야부트르 생카노쿨은 이 판사의 저항을 불러일으킨 사건에 대한 정보를 받은 적이 있으며, “카나꼰의 결정은 개인적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사법 제도 조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카노쿨은 카나꼰의 우려를 알리는 것을 돕겠다며, “판결을 판사에게 돌려주라. 정의를 사람들에게 돌려주라.”라는 말을 다시 언급했다.

 

* HuffPost US의 Thai Judge Shoots Himself In Court After Criticizing Judicial System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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