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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사딸라'가 코레일 서류 전형 합격한 건 정말 문제일까?

코레일은 2017년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 박세회
  • 입력 2019.10.07 09:55
  • 수정 2019.10.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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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광고 영상 ⓒ버거킹 광고 영상

‘사딸라’라는 가명을 사용해 장난으로 낸 서류가 코레일의 서류 전형에 합격한 일을 여러 언론이 ‘장난으로 낸 서류도 못 거른다’며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서류 전형에 정말 문제가 누구에게 있는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코레일은 2017년 전까지는 서류 전형에서 학교 성적, 전공 관련성, 자격증, 경력 등을 계량화해 합격자를 걸러내 일부 지원자에게만 필기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줬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후에는 필기시험 자격을 부여하는 데 사실상 제한을 없앴다. 자기소개서 분량 400바이트, 200자 분량만 채우면 무조건 응시 기회를 부여한다.

‘사딸라‘는 이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악의적인 장난이다. KBS가 ”‘야인시대‘를 좋아해 9번이나 중복 시청한 취업을 준비 중인 한 남성”이라고 소개한 게시판 사용자는 ‘사딸라’라는 이름으로 코레일 서류 전형에 응시했다. 서류 합격 통보를 받고 필기 시험 고사실 안내를 받아 이를 인터넷 게시판에 자랑처럼 올렸다. 아래 사진이다. 

허위 지원자
허위 지원자 ⓒ허위 지원자

당시 자기소개서에 이 남성은 아래와 같은 드라마 ‘야인시대’의 내용을 그대로 적었다고 한다. 중복 지원이 아니고 200자가 넘어 시스템상으로 서류 전형에 통과되어 필기시험 기회를 부여받았다.

″저는 미군들과 협상을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미군들은 남한 측 노동자들의 임금을 하루 1딸라로 설정을 했습니다. 저는 예전에 종로 및 우미관 일대를 평정할 당시 주변 상인들 및 식구들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중략) 앞으로 코레일에 입사하게 된다면 동료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행동하겠습니다.”

그런데, 사딸라 씨는 과연 필기시험을 칠 수 있었을까? 실명 인증 절차가 없는 서류 전형과는 달리 필기시험은 실명 인증 절차를 거친다. 지원 서류에 기재된 정보와 필기시험 응시자의 신분증을 대조하기 때문이다. 결국 허위 지원자는 서류 전형에 합격하더라도 별도의 절차를 통해 걸러낼 수 있는 셈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원칙상 모두에게 지원의 기회를 부여하니, 허위 지원자의 존재가 다른 지원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어서 형평성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이 모든 사건에서 잘못은 허위로 지원한 취업 준비생 단 한 사람에게 있다. 이를 두고 KBS는 ”장난으로 서류를 내도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보도했으나 장난으로 서류를 낸 사람이 민폐를 끼쳤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마치 사딸라 씨가 제도의 허점을 파헤친 것처럼 보도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호 의원은 또 이를 두고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누구나 시험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는 좋다”라며 ”하지만 허위 지원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고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휴대폰 인증, 공인인증서 등의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휴대폰 인증 과정을 거치고 공인인증서로 실명 확인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클 것은 자명하다.

코레일은 KBS에 ”내년부터 휴대폰 등을 통한 개인 실명인증 절차를 도입할 계획이다”라며 ”장난 지원자 등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4만 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이메일 인증 절차만을 거쳐 지워서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후 코레일에 지원 서류를 쓸 때 공인인증서를 깔고 휴대전화로 인증을 받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오히려 허위 지원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악의적인 장난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허위 지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지원자들에게 공지하는 편이 가장 효율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달성하는 일로 보인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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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코레일 #사딸라 #블라인드 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