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크라이나에 '대가'를 언급한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의 문자가 나왔다

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압박하면서 이를 정상회담, 군사 지원 등과 '거래'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 허완
  • 입력 2019.10.04 17:55
  • 수정 2019.10.04 17:57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about Medicare during a visit to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about Medicare during a visit to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Kevin Lamarque / Reuters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대가로 내세워 정치적 부탁을 들어줄 것을 뻔뻔하게 압박한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의 문자메시지가 새롭게 공개됐다. 

하원 위원회 세 곳의 위원장들은 3일 늦게 이 문자메시지들을 공개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월 25일에 나눈 통화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탄핵조사의 일환으로 국무부 관료들을 만난 뒤 ”심각한 우려들”을 갖게 됐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 적었다. 이들은 이 충격적인 문자들은 입수한 “전체 자료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며칠 내로 전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측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대가’를 거론했는지는 탄핵조사의 핵심 중 하나다.

공개된 문자메시지들 중 대부분은 유럽연합(EU)주재 미국대사 고든 선들랜드, 최근까지 국무부의 우크라이나 특사를 지냈던 커트 볼커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측근 안드리 예르마크에게 보낸 것들이다.

노골적으로 대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한 건을 보면, 볼커는 두 정상의 대화가 있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예르마크에게 문자를 보내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날짜를 확정하고” 싶지만 “Z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2016년에 있었던 일을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확신시킬”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정상회담을 하고 싶으면 트럼프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7월25일자 통화는 민주당 하원의원들에 의한 탄핵조사를 촉발시켰다. 트럼프가 당시 통화에서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 헌터 바이든을 수사해 달라고 여러 차례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HOUSE OF REPRESENTATIVES

 

예르마크는 통화가 ”잘 진행됐다”며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미국 방문 일정에 합의했다고 문자에 적었다. 그러나 이후 8월, 예르마크는 볼커에게 날짜를 확정하라고 채근했으며, 일정이 정해지면 우크라이나 관료들이 ”부리스마와 (미국)대선 개입 수사 등 미국-우크라이나 관계의 재시동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에서 5년 동안 일했으며, 2019년 초에 회사를 떠났다.

예르마크는 8월말에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보류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한 우려를 볼커에게 문자로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다음 날 폴란드에서 젤렌스키를 만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

특히 이날 공개된 문자메시지는 트럼프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있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 빌 테일러는 바이든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수사가 개시되기 전까지 백악관이 군사적 원조를 보류기로 한 것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했다.

“안보 지원과 백악관에서의 회담이 (바이든에 대한) 수사에 달려 있다고 지금 우리가 말하는 겁니까?” 테일러가 9월1일에 선들랜드 대사에게 물었다. 선들랜드는 ‘전화하라’고 답했고,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HOUSE OF REPRESENTATIVES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일주일 뒤 다시 등장한다. 테일러는 9월9일에 선들랜드에게 문자를 보내 “전화로 말했듯, 정치적 캠페인(선거운동)에 도움을 얻으려고 안보 지원을 유예하는 건 미친 짓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그는 외교가 자신의 ‘악몽 같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들랜드는 그와 같은 묘사를 일축하며 트럼프가 ”대가를 받고 거래하는 게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고 답했다.

이 문자들은 우크라이나와의 통화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트럼프의 시도를 규탄하는 서한과 함께 공개됐다. 민주당 하원의원인 하원 정보위원회장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하원 외교 위원회장 엘리엇 엥겔(뉴욕), 하원 감시정부개혁위원회장 일라이저 커밍스(메릴랜드)가 서명했다.

이 의원들은 탄핵조사를 폄훼하려는 백악관의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트럼프 정부는 “해외 권력들이 우리의 선거에 개입하게 하려는 행동을 정상화하려고 잘못된 정보와 부당 지시를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주장들을 격하게 거부하며 탄핵조사는 ‘쿠데타’라고 말했다. 3일에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관해  “만약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엄청난 힘이 있다”고 말한 직후, 공개적으로 바이든 부자를 수사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서한에서 민주당 하원 위원장들은 이러한 주장이 ”비윤리적, 비애국적이며 잘못되었다”며 이같은 주장에 맞설 것을 동료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대통령이 미국 시민으로서의 핵심적 가치에 대놓고 저항하고 있는 것을 하원의원 모두가 가장 강력하게 규탄해주길 바란다. 우리의 민주적 절차에 해외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 허프포스트US의 Newly Revealed Trump Administration Texts On Ukraine Appear To Show Clear Quid Pro Quo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