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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을 추진중인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 : 속도

트럼프는 이제 아예 대놓고 외국 정상들을 압박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9.10.04 13:58
U.S. President Donald Trump points at people in the crowd after speaking during an event at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The Villages,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U.S. President Donald Trump points at people in the crowd after speaking during an event at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The Villages,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Kevin Lamarque / Reuters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사실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바로 시간이다.

3일(현지시각) 트럼프는 기자들과 생방송 TV 카메라 앞에서 중국과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에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부패 의혹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그가 주장하는 ‘부패 의혹’은 별다른 근거가 없는 상태다.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주의를 돌리려 한 게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는 백주대낮에 이를 공개적으로 떠벌림으로써 자신의 권력남용을 마치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중이다.

그러나 이 발언을 지켜본 민주당의 입장에서, 이는 탄핵조사를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바이든 부자 수사와 연계시키려 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에 대한 조사를 더욱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화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려는 계획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정보위원회에 소속된 라자 크리시나무르티 하원의원(민주당, 일리노이)이 3일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크리시나무르티는 “정부 최고위층에서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일들을 멈춰야 한다”며 탄핵 추진 일정을 결정할 때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n event at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The Villages,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n event at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The Villages,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Kevin Lamarque / Reuters

 

공화당 의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탄핵을 서두르려 한다며 사소한 일들로 트집을 잡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팩트가 아닌 속도만 생각한다.”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 대표가 2일에 쓴 트윗이다. “그들의 탄핵 시도는 늘 미국인들의 뜻(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민심)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시도였다.”

두 번째 문장의 공허한 주장(민주당 지도부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통화 내용이 지난 주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탄핵에 반대해왔다)은 논외로 치더라도, 민주당이 탄핵 절차의 속도를 생각하고 있다는 맥카시의 말은 맞다. 그리고 트럼프는 민주당이 빨리 움직여야 할 가장 강력한 이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스캔들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3일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트럼프가 자신의 주요 정치적 경쟁자를 수사하라고 해외 정상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고 싶은 욕구와 탄핵의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꼼꼼한 수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지금도 민주당은 탄핵 절차의 마감 시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팩트가 이끄는 대로 가겠다는 이유에서다.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about Medicare during a visit to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about Medicare during a visit to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Kevin Lamarque / Reuters

 

그러나 민주당은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지금은 더 그렇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은 트럼프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7월25일 통화 수사를 이끌고 있는 정보위원회가 “노닥거리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걸 몇 달씩 질질 끌고 싶지 않다. [시간을 끌게 하는 게] 이 정부의 전략이겠지만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추수감사절(11월17일) 전까지는, 가능하면 더 빨리 탄핵 표결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추수감사절 전에 탄핵결의안이 나올 거라고 본다.” 로 카나 하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이 2일에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그는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이걸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탄핵 절차가 2020년까지 길게 이어져서 이게 11월에 치러질 대선의 다른 논점을 모두 덮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민주당 안팎의 바램과도 맥을 같이 한다.

“우리 후보가 우리 당의 얼굴이 됐으면 한다.” 2020년 전에 탄핵 절차를 마칠 가능성을 언급하며 카나는 말했다. “(탄핵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우리 당의 얼굴이 되어서는 안된다.”

카나는 하원 정보위원회의 트럼프-젤렌스키 통화 수사가 “신속함보다 우선시되어서는 안된다”며, “중요한 팩트들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백악관이 낸 통화 요약본을 갖고 있다. 공화당은 이 대화가 탄핵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를 젤렌스키에게 압박하지 않았다고 편견 없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녹취록에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이런 행동이 전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렇게 본다면 민주당에겐 더 이상의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 통화를 은폐하는 데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압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민주당이 알고 싶어하겠지만, 트럼프가 잘못을 했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데 그런 세세한 내용이 아주 중요하지는 않다.

카나는 “10학년생(10대 중반:주)이라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통화가] (자신의 주장처럼) 완벽했는지, 아니면 권력 남용인지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U.S. President Donald Trump pumps his fist during an event at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The Villages,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U.S. President Donald Trump pumps his fist during an event at The Villages retirement community in The Villages, Florida, U.S., October 3, 2019. REUTERS/Kevin Lamarque ⓒKevin Lamarque / Reuters

 

크리시나무르티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킨 한 정보기관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에는 트럼프 정부의 여러 관료들이 이 대화를 은폐하려 했다는 내용도 들어있고, 정보위원회는 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트럼프가 정치적 경쟁자들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개인적으로 다른 국가들을 압박했는지, 백악관 직원들이 정기적으로(그리고 부적절하게) 정치적으로 타격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비밀 서버로 옮겨왔는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얼마나 강력하게 압박했고 누가 관련되었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다.

이 모든 의문들은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보위가 법사위원회에 탄핵안 표결을 요청하기 위해, 즉 탄핵을 위한 그 다음 공식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답을 꼭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3일 중국을 향한 메시지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처럼, 앞으로도 트럼프는 더 많은 국가들에게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선 더욱 빨리 움직여야 할 필요가 생겼다.

시프는 백악관이 정보위의 소환장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를 사법방해로 간주하겠다고 2일 선을 그었다. 사법방해는 그 자체로 탄핵 사유가 된다.

“진실들과 기본적 팩트들이 우리 코앞에 있다.” 저레드 허프맨 하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이 3일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그러니 그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를 미루거나 추가 검토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이유가 없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꾸물거리길 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들의 문제 중 하나는 (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며, 하원이 시간을 끌어서 전략을 꾸며낼 수 있길 바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온갖 책략을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팩트가 나와있다면 우리는 논의를 끝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 허프포스트US의 Here’s A Key Aspect Of Impeachment Weighing On The Minds Of Democrat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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