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4일 영국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긴급 조치 법을 발동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실탄 발포 사건 이후 점점 더 격해지고 있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내각회의(행정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며칠 간 (시위대의) 폭력이 위험스러운 수위를 넘어 수많은 부상을 초래하고 홍콩을 극도의 혼란 상황에 처하게 했다”며 마스크 착용 금지법을 자정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책임있는 정부로서 우리는 폭력의 확산을 막고 사회 안정을 되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임무가 있다.” 람 행정장관의 말이다.
람 행정장관은 이같은 조치를 발동하기 위해 비상조치법(Emergency Regulations Ordinance)을 활용했다. 이 법은 영국 식민지 시절 몇 차례 발동된 적이 있지만, 1967년 폭동 사태 때를 끝으로 50년 넘게 사용된 적이 없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2년 발생한 대규모 선원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홍콩총독부가 제정한 이 법에 따르면, 홍콩 정부의 수반은 ‘공공의 안전’을 위해 긴급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체포나 자산 몰수, 추방, 항구 등의 통제, 검열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홍콩 정부의 수반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되는 어떤 규정이든 이를 공포하고, 의회의 동의 절차 없이 곧바로 시행할 수 있게 되어있다. 람 행정장관은 이를 활용해 ‘마스크금지법’을 공포한 것이다.
람 행정장관은 ”우리는 이 새 법이 마스크를 쓴 채 벌어지는 폭력 시위나 폭동에 대해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단속법을 발동하기로 한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홍콩 상황은 공공의 안전이 위험에 처했다는 (법에 규정된) 발동 요건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또 람 행정장관은 ”정당한 사유”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외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홍콩 정부가 이같은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세계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 중 하나인 홍콩에 경제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람 행정장관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비상조치법에 ‘비상’이라는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홍콩은 비상사태에 있지 않다. 홍콩이 비상사태에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도 아니다.” 람 행정장관이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중대한 위험의 시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