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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02일 15시 51분 KST

검찰이 발빠르게 자체개혁안을 내놓은 이유

대통령 존중 vs 명분 확보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특수부 축소, 파견검사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 등 자체 검찰 개혁안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안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한 지 하루만이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

이날 검찰이 발표한 ‘자체 개혁안’은 특별한 내용이 아니다. 이미 발표된 법무부의 검찰개혁 권고안의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으며 조국 장관이 대정부질문 등에서 밝힌 검찰 개혁 구상안도 포함하고 있다.

 

조국의 검찰개혁안과 비슷한 검찰의 개혁안

대표적으로 특수부 축소는 조국 법무부장관이 수차례 밝힌 방향이다. 조 장관은 지난 26일, 대정부질문에서도 ”(검찰 특별수사부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일본 수준 정도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특수부를 세 군데 두면서도 동시에 특별수사의 진행을 위해 고등검사장의 결재를 받도록 되어 있다. 특별수사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두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장관은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모든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요구와 거의 일치하는 대목이다.

검찰이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키고 이들을 형사부와 공판부에 투입하여 민생범죄를 담당하겠다고 한 대목도 법무부 검찰개혁위가 권고안 사안과 일치한다. 조 장관은 지난 1일 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파견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형사·공판부에 소속돼 있는 검사들이 다른 부서나 또 다른 직접 인지부서 등으로 파견돼서 업무부담도 매우 심각한 상태”라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하나의 고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 역시 작년 5월 이미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우리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에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검찰은 ”인권 보장이 이루어지는 업무수행 방식을 만들어 나가고, 기수․서열에서 탈피한 수평적 내부문화를 조성하는 등 국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의 즉각적인 개혁안 발표에 청와대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대통령이 주문한 검찰개혁을 검찰이 바로 내놓으며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자체 개혁안 발표로 얻는 명분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묘한 구석이 있다. 검찰은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들을 연일 수사하고 있지만 명확한 ‘한방‘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시민들의 반발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급기야 지난 28일에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조국 장관의 수사에 대한 항의가 검찰 개혁 요구로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은 자체 개혁안 발표로 ‘개혁에 반대하기 때문에 조국 장관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검찰이 내놓은 개혁안 상당수는 이미 추진이 진행됐거나 곧 진행될 내용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특별히 손해 보는 것도 없다. ‘검찰 개혁 요구‘라는 명분이 사그라든 상태에서 여당은 마냥 검찰에 비판적 메시지를 내기도 힘들다. 자칫 잘못하면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압력 행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은 더 진정성 있는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제대로 된 번지수가 따로 있다”며 ”특수부 기능의 실질적인 축소, 잘못된 수사관행 개선, 인사 감찰 등 민주적 통제 방안 확립이 국민의 요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한계가 있다. 검찰 개혁을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키는 법무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 폐지 등은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며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복귀 등과 같은 조치는 법무부가 인사권을 행해야만 가능하다. 실제 검찰이 즉각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은 ‘검사장 전용차랑 폐지’ 정도였지만 발빠른 개혁안 발표로 승부수를 던진 검찰은 일단 개혁의 주도권을 상당수 가져온 상태다. 이제 공은 다시 법무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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