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0월 01일 21시 55분 KST

홍콩 집회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은 시민이 위중한 상태다

경고 사격은 있었지만 실탄에 부상을 입은 것은 처음이다

Athit Perawongmetha / Reuters
1일 경찰이 집회 진압을 위해 삼수이포 지역에서 대열을 이루고 서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1일, 홍콩에서 열린 ‘국경절 애도 시위’에 참가한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홍콩 경찰이 공중으로 ‘실탄 경고 사격’을 한 적은 있지만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의 실탄 발포로 시위 참가자가 쓰러지면서 홍콩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홍콩 췬완 호이파 거리에서 ‘국경절 애도 시위’ 도중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경찰이 쏜 실탄을 가슴에 맞아, 홍콩 외곽 콰이청에 있는 프린세스 마거릿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총을 맞은 남성은 바닥에 눕혀진 채 경찰로부터 응급조처를 받다가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 함께 온 친구는 “총을 맞은 남성이 ‘폼5’(중등과정,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학생이며, 상태가 위중해 수술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가족들과 변호사 2명이 병원에 도착해 부상자 상태를 살펴보고 향후 법률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상자는 조만간 흉부외곽 수술센터가 근처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했다.

Jorge Silva / Reuters
1일 샤틴 지역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뛰어가고 있다.

이날 경찰의 실탄 발포는 췬완 거리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던 중 벌어졌다. 당시 진압 경찰들이 시위대에게 포위돼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되자, 한 경찰관이 실탄을 발포했다는 것이다.

프린세스 마거릿 병원 관계자는 이날 경찰과의 충돌로 다친 이들 15명이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위중하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온라인에는 발포가 일어날 당시 거리 현장 등을 담은 동영상 두 건이 유포되고 있다. 동영상에는 6명 정도의 경찰관이 마스크를 쓴 12명의 시위대와 대치하는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우산을 휘두르며 뾰족한 끝으로 경찰관을 내리치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다 한 경찰관이 권총을 꺼내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그는 실탄 발포 전 시위대 한명을 발로 차기도 했다.

경찰은 실탄 발포 여부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구체적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앞선 시위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탄 경고 사격을 한 바 있다. 그동안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송환법 폐지 발표로 홍콩 시위 동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부상자의 상태에 따라선 시위 규모가 다시 커지고 양상도 격렬해질 수 있다.

Athit Perawongmetha / Reuters
1일 삼수이포 지역 맥도날드 매장에서 시민들이 진압 경찰들을 보고 있다.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베이징은 사상 최대 열병식과 군중 퍼레이드 등으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홍콩에선 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국경절 애도 시위’가 수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벌어졌다.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시민사회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은 애초 이날 오후 2시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해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지만,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국가에 의해 희생됐으므로 국경절은 국가의 경사가 아닌, ‘애도의 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인권전선의 제안에 따라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애도’를 뜻하는 검은 옷을 입고 나왔다. 경찰의 불허에도 시민들은 빅토리아공원에 모여들었고, 시위대 일부는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람 장관의 초상화를 불태우는 등 극심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췬완, 야우마테이 등 시내 곳곳에서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쓰며 시위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는 화염병과 벽돌을 던지며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