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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01일 18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0월 02일 09시 45분 KST

투자자 오열케 한 은행들의 DLF 판매, 사기행각에 가까웠다

이게 은행이냐.

뉴스1
1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우리·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피해자비대위가 DLS판매 금융사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피해자가 발언 도중 오열하고 있다. 

″과거 10년간의 백테스트(수익률 모의실험) 결과 원금손실 확률 0%였다.” 지난 3월 은행직원이 적금만기가 도래한 A씨에게 DLF 상품을 추천하면서 한 말이다. 직원은 A씨에게 금리하락폭의 200배 원금 손실이 발생(금리가 barrier 대비 0.5% 하락하면 원금 100% 손실)할 수 있다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월 10만원씩 붓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던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투자 경험이 없던 A씨. 그래도 ‘원금손실 확률 0%’라는 말을 믿었다. 직원이 추천한 DLF 상품의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 A씨는 만기적금 5000만원 말고도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적금을 추가로 중도해지해서 만든 1억원으로 해당 DLF에 가입했다. 결과는 80% 손실. 1억원은 2000만원이 되어 돌아왔다.

금융감독원이 1일 발표한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에서 언급된 분쟁조정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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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ㆍ펀드(DLSㆍDLF) 피해자비대위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판매 금융사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다른 사례들도 있다. 직장인 B씨는 평소 은행 직원에게 주식형펀드로 손실 본 경험을 알려주며 ”높은 이자는 필요 없으니, 적금이나 정기예금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지난 4월 은행직원이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전하고 조건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빨리 가입해야 한다”면서 DLF를 권유했을 때 예금을 권유하는 것으로 알고 가입했다. 통화시간은 1분이었다.

이때 B씨는 업무가 바빠 은행직원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대신 업무를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가입처리가 끝난 뒤에는 은행직원이 B씨의 직장에 방문해 거래신청서를 작성했다. 투자자정보확인서도 은행직원이 임의로 작성됐다. 확인서에서 B씨의 투자 성향은 ‘공격투자형’으로 분류돼있었다. 그래야 위험등급 1등급(매우 높은 수준)인 DLF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은행직원이 B씨의 직장에 방문한 시간은 10분이었다. 통화에 1분, 방문에 10분. 이 11분으로 인한 결과는 60.1% 손실이었다.

75세의 고령자 C씨의 사례도 있다. C씨의 투자자 정보는 ‘3년간 거래경험이 있음’ 항목이 체크돼있었다. C씨는 DLF, ELF가 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도, 은행직원이 사실과 다르게 체크한 것이다. 며칠 후 은행의 모니터링콜에서 C씨는 상품내용을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래도 투자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조치는 없었다. 결과는 13%의 손실이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A은행 사내 상품게시판 공개 자료. 만기상환 100%, 원금손실 0%라는 자산운용사 벡테스트 결과과 기초자산 가격 반등 예상 등 긍정적인 내용만 강조돼 있을 뿐,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은 없다. 

이 정도면 ‘불완전판매‘라기보다는 ‘사기행각’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사례들이다. 공개된 건 일부에 불과하다. 금감원이 판매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20% 내외다. 서류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도 불완전판매로 추후 판별될 수 있으므로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은행 2곳(우리, 하나), 증권사 3곳( IBK, NH, 하나금투), 자산운용사 5곳(유경, KB, 교보, 메리츠, HDC)에 대해 8월 말부터 실태 점검을 벌인 결과, 금융회사들은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는 모습만을 보여왔다.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집약됐다. 판매 상품 99%는 은행 상품선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았고, 일부 판매직원은 본점에서 ‘원금손실 확률 0%’라는 마케팅 자료를 고객에게 배포했다.

DLF를 검증하는 상품선정위원회는 있으나마나였다. A은행의 경우 2017년 5월~2019년 6월 설정된 금리연계 DLF 380건 중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최근 독일국채 10년 금리의 하락이 심상치 않아 상품의 원금손실도 가능합니다’라는 내부 의견도 있었으나, 묵살하고 판매를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일부 위원들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임의 기재한 사례도 있었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위원은 아예 상품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해서 찬성의견을 받아낸 일도 있었다. 

A은행은 판매직원 90여명이 3만여건(잠정치)의 투자광고 메시지를 발송했다. 손실가능성, 이익보장 등 투자자들이 오해할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였다. B은행은 일부 PB들은 고객 포트폴리오 제안서 등에 ‘정보기술(IT)버블’,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쇼크에도 안정적‘, ‘높은 쿠폰 수익률’ 등의 문구를 기재했다. 

더 황당한 건 판매시점이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지난 5월에도 664억원(53.2%)을 판매했다. 하나은행도 영국 통화 이자율 스와프(CMS)금리가 하락하던 지난 4~5월 6명의 투자자에게 163억원을 판매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애초 DLF 판매 목표 고객층을 단기간 확정수익을 원하는 정기예금 선호 고객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