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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내 목을 치고 멈춰라"를 영어로 번역한다면?

[초월번역교실] "검찰은 저의 목을 치십시요. 그리고 거기서 멈추십시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스1

10월 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검찰이 국회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으로 자유한국당 의원 20명을 소환한 가운데 황 대표가 등장한 것. 당초 검찰은 황 대표를 소환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황교안 대표는 왜 자진출석한 걸까? 이날 그가 기자들에게 한 말을 들어보자.

″불법에 평화적 방법으로 저항하는 것은 무죄이기 때문에 저희 자유한국당은 소환에 응할 수 없는 것이다.”

″당대표인 나는 패스트트랙 폭정에 맞서서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독려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책임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당대표인 저의 책임이다.”

그리고 다소 과격한 한 마디를 남겼다.

”검찰은 저의 목을 치십시요. 그리고 거기서 멈추십시오.”

허프포스트코리아의 ‘초월번역’ 팀은 지난 2016년 1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를 완벽하게 영어로 번역했고,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다른 톤’으로 번역한 바 있다.

 

10월 1일, 오늘은 황교안 대표의 말에 초월번역을 시도했다.

초월번역팀은 먼저 유명한 말을 하나 떠올렸다.

“I’ll give you my gun when you pry (or take) it from my cold, dead hand.”

이 말은 영화 ‘벤허‘와 ‘십계’로 유명한 배우이자, 전국 총기협회 회장이었던 찰톤 헤스톤이 전국 총기 협회에서 한 말이다.

2002년 10월 21일. 
2002년 10월 21일.  ⓒASSOCIATED PRESS

“내가 죽어 손이 차갑게 식기 전까지는 누구도 나한테서 총을 뺏어갈 수 없다.” ‘나에게 총을 뺏어가려면 날 먼저 죽여라‘라는 뜻인데, 언뜻 황교안 대표의 말과 비슷해보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찰톤 헤스톤의 말이 개인적인 신념을 담은 것이라면, 황교안 대표의 말에는 ‘내가 자유한국당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초월번역팀은 황교안 대표의 말을 뜻에 가깝게 직역해보기로 했다.

“I’m the head afterall. Cut my head off, and that’ll be the end of it.”

″내가 우두머리다. 그러니 내 머리를 자르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이 번역도 언뜻 비슷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번에도 황교안 대표의 말에 담긴 느낌과는 다르다. 황교안 대표는 자신을 치는 선에서 모든 걸 끝내자고 검찰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번역은 누군가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한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 우리 모두 알다시피 황교안 대표는 그런 뜻에서 자신의 목을 치라고 한 것이 아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스1

″나의 목을 치고 멈춰라”라는 황교안 대표의 말에는 여러 속뜻이 담긴 듯 보인다. 모든 것이 자기 책임이라는 말에서는 자신이 자유한국당의 ‘최종보스‘이고, 그러니 자신만이 자유한국당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자신의 목을 치라고 한 것은 검찰에게 한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지지자에게 한 이야기에 가깝다. ‘우리가 탄압을 받고 있으니 우리를(그리고 나를) 안쓰럽게 봐달라는 것‘, 혹은 ‘나를 자유한국당의 진짜 리더로 봐달라’는 것이 진짜 속뜻으로 보인다. 쉽게 번역해보면 아래와 같다.

“Please take a pity on us(and me of course), as we are being oppressed. ”

“Please see me as a responsible leader.”

한편 황교안 대표의 자진출석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우리가 피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 없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소환하지도 않은 검찰에 자진출석한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피한다’는 인상을 충분히 주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검찰에서 ”당에 당부한다. 수사기관에 출두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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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초월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