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천사' 크라우드 펀딩이 어른이들의 지갑 파워로 닷새만에 12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이용신 성우는 이화여대 축제 무대에서 '달빛천사' OST를 불렀다.

애니메이션 ‘달빛천사’ 정식 음원을 발매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닷새 만에 12억원을 돌파했다. 추억에 젖은 어른이들의 화력에 원작 작가까지 깜짝 놀란 가운데, 허프포스트가 12억원이 모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달빛천사

애니메이션 ‘달빛천사‘는 2002년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원제는 ‘만월을 찾아서‘다. 가수가 꿈이지만 생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소녀 ‘루나‘가 그녀를 가엾게 여긴 사신들의 도움을 받아 가수 ‘풀문‘이 되어 가수의 꿈을 이룬다는 내용을 그렸으며, 한국에서는 ‘투니버스’를 통해 2004년 방영됐다.

그 시절, 수많은 여자 초등학생들은 풀문의 ‘Myself’와 ‘New Future’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쏟았다. 물론 남자 초등학생들은 ”그런 거 왜 보냐. 완전 유치해”라고 말해 놓고 집에 가서는 붉어진 눈시울로 화면을 응시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더빙만 됐을 뿐, 풀문이 불렀던 명곡들의 음원이 정식 발매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2004년에 ‘달빛천사’를 보며 눈물을 쏟았던 소년소녀들은 15년이 흐르는 동안 OST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만 했다. 가끔 정말 노래가 듣고 싶으면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밖에 접할 수 없었다.

이대 축제와 이용신 성우

그렇게 2019년 5월, 현생에 찌들어 ‘달빛천사’를 보던 순수한 마음을 잊은 채 살아가던 어른이들에게 빅 이벤트가 벌어졌다. 풀문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던 이용신 성우가 이화여대 축제 무대에 선 것이었다. 무대는 영상으로 촬영돼 유튜브 등을 통해 널리 퍼졌다.

이를 접한 어른이들은 추억에 젖어들었고, 인터넷을 통해 이용신 성우에 ”제발 음원을 내 달라. 콘서트도 해 달라”며 요청을 쏟아냈다.

이에 지난 9월 27일, 이용신 성우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달빛천사정식 OST 발매! 달천이들아 화력을 보여줘!’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이용신은 ”풀문은 작품 속에서 6곡을 부르는데, 이 중 오프닝곡을 제외한 나머지 5곡은 일본곡이라 정식발매를 하지 못했다”라며 ”올해 이화여대 축제에서 공연을 한 뒤, 달빛천사 OST 정식 발매를 원하는 팬들의 요청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측 작사작곡자들의 권리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 SONY/ATV에 문의한 결과 커버라이센스 비용만 곡당 200만원임을 확인했다”라며 ”여기에 새롭게 MR 제작 및 편곡, 가창, 믹싱, 마스터링 비용을 감안하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예산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라고 크라우드 펀딩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용신은 끝으로 ”달천(달빛천사 팬들의 애칭)이들만 믿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라며 ”잊지 못할 프로젝트가 되도록 모두 노력해 보자”고 격려했다.

화력 대폭발

애초 펀딩의 목표 금액은 3천3백만원이었다. 그러나 펀딩이 게시된 지 닷새 만인 10월 1일 오후 3시 40분 현재 모인 금액은 목표치의 37배가 넘는 12억3천9백만원을 넘었다. 어른이들의 화력이 폭주해버린 것이다.

어른이들은 댓글을 통해 ”달천이들이 다들 성인이 돼서 금액이 겁나 빨리 찬다”, ”이건 90년대생으로서 할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만화 황금기에 자란 애들이 전부 지갑 전사가 됐다”며 뿌듯함을 표했다.

이에 이용신은 유튜브 채널에 ‘달천펀딩대박! 풀문용신 전격심경고백’이라는 제목으로 또 다시 영상을 게시했다. 이용신은 ”화력을 보여달랬더니 불을 지르시면 어쩌냐”며 ”나도 15년을 기다렸는데, 여러분의 기다림이 내 기다림보다 더욱 컸던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애초에 후원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었던 리워드의 수준도 바뀌었다. 애초 USB카드형 음반과 8P 북클릿, 3단 디지팩이 기본 구성이었으나 여기에 CD형 음반, 키링, 성우들의 싸인 엽서 3장까지 추가됐다. 북클릿도 20P로 늘어났다.

이용신은 ”콘서트를 해 달라는 댓글도 많았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콘서트를 열겠다”라며 ”펀딩해줘서 너무 고맙고, 이렇게 듬직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그 날까지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달빛천사’ 원작가인 타네무라 아리나도 이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타네무라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에서 멘션이 몇 개 와 있다. ‘달빛천사’ 애니메이션 음반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라며 ”지금도 그렇게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다니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