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안철수가 '마라톤 도전기' 출판에 야심차게 담은 것들

안철수, 유승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대표
바른미래당 안철수 대표 ⓒ뉴스1

동상이몽의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은 지난 2018년 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으로 만들어졌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 자유한국당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탄생했던 바른정당은 창당 초기에만 해도 33개의 의석을 보유했다. 하지만 19대 대선 직전 당시 김무성계 의원 12명이 탈당해 2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선 이후인 11월 6일 한번 더 대규모 탈당이 이뤄졌고 김무성 의원을 포함해 9명이 더 탈당했다. 이후 국민의 당과 통합 과정에서 2명이 더 탈당, ‘바른미래당’에서는 9명으로 시작하게 됐다.

국민의당은 바른미래당과의 합당 당시의 갈등으로 정동영, 박지원 등 호남계 중진들이 빠져나갔고 안철수, 손학규 등을 중심으로 21명이 합당에 가세했다. 두 당은 2018년, 바른미래당이라는 이름의 중도우파 정당을 출범했다.

하지만 두 당의 물리적 합당이 화학적 결합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국민의당계와 안철수계, 그리고 바른정당계 간의 서로 달랐던 생각들은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지난 2018년 9월, 손학규의 당대표 취임 이후로 본격화되었다.

 

패스트트랙 논란으로 깊어진 상처

지난 2월, 바른미래당 원내 의원들은 끝장토론을 벌였다. 당내 호남계 의원과 바른정당계 의원들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호남계인 박주선과 김동철 의원 등은 당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의원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한국당”이라며 선명한 개혁 보수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이념 갈등이 본격화되는 자리였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뉴스1

 

그로부터 한달 뒤인 3월, 바른미래당의 내부 갈등은 더 격해졌다. 당시 국회는 선거제도와 사법제도 개혁을 두고 힘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의했고 자유한국당은 반대했다. 그리고 바른미래당은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당내 다수파인 국민의당계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했다. 하지만 유승민계의 생각은 달랐다. 유승민 의원은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끝까지 최종합의를 통해서 했던 게 국회 오랜 전통이었는데 패스트트랙은 결국 숫자로 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갈등은 외부로 표출됐다. 지난 4월, 당시 사개특위 위원이었던 오신환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야3당은 선거제개편과 사법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상태였다. 오신환의 반대표로 자칫 합의가 깨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시 원내대표이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은 한방을 던졌다. 오신환(유승민계)과 권은희(안철수계)를 사임시키고 그 자리에 채이배 의원과 임재훈 의원(모두 손학규계)을 보임시켰다.

바른미래당에서 출발한 갈등은 국회 전체로 번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이배 의원의 표행사를 막기 위해 감금하는 한편,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가 열리지 못하게 온몸으로 막았다. ‘빠루’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결국 양 개혁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었고 다수의 국회의원은 국회 폭력 사건으로 인한 고소고발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나경원 원내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뉴스1

국회 전체에 앙금이 남았던 사건이었지만 바른미래당은 더 심한 내홍을 겪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임의적 사보임에 대해 사과했지만 당내 반대파들은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패스트트랙 사태가 터진 다음 달,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퇴했다. 그리고 새로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오신환 의원이 당선됐다. 창당 초까지만 해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안철수계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이후 손학규 체제에 완벽히 반기를 들었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계와 호남계 의원들로 구성된 당권파,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로 구성된 비당권파 둘로 나뉘어졌다.

 

사퇴론 vs 버티기, 계속된 힘겨루기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와 당내 갈등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던 손학규 바른미래당대표는 ”저에 대한 비난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추석 때까지 바른미래당의 모습과 역할이 구체화 될 것이며 그 때까지 이를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당 지지율이 10%에 이르지 못하면 그만둘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손학규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유승민계가 주도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고 난 뒤 양상이 바뀌었다. ‘사보임 사건‘의 당사자였던 권은희 의원을 포함한 안철수계 의원과 바른정당계 의원 총 15명이 지도부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반 손학규‘를 공약으로 외친 오신환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었다. 당내 균형추가 ‘반 손학규’에 실리는 순간이었다. 오 원내대표는 지도부 퇴진만이 당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고 손 의원은 버티기로 응수했다.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손학규 대표는 지난 8월, ”한국정치 새판을 짜겠다”며 ‘손학규 선언’을 승부수로 던졌다. 손 대표는 ”손학규와 안철수, 유승민이 함께 화합해서 앞장서면 다음 총선은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며 당내 다수파로 부상한 ‘비당권파’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갈등은 이미 손학규의 퇴진 이외에는 봉합할 길이 없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학규 선언에 대해 ”지금 있는 당도 수습하지 못하는 붕괴된 리더십을 가지고 어떻게 한국정치의 정치개혁과 야권재편을 주도하고 충선을 치러낼 수 있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손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당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하는 일”이라며 다시금 사퇴를 촉구했다.

 

‘굴러온 돌’ 손학규의 대주주들 밀어내기

손학규 대표는 바른미래당 창당 초창기에만 해도 합류를 결정하지 않았다. 당시 바른미래당 창당식에 불참했던 손학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통합과정에서 보인 분열 행태와, 전당대회조차 없이 강행한 통합과정을 보면서,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신봉해온 저는 가슴이 아팠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스1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에 합류한 것은 2018년 5월, 선거를 앞두고였다. 그는 지방선거 선대위원장으로 바른미래당에 들어왔고 그해 9월, 호남계와 국민의당계의 지지를 받아 당대표에 선출됐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월, 연합뉴스에 ”손학규를 대표로 만든 사람이 바로 안 전 의원”이라며 ”당의 대주주로서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4월에는 오신환 당시 당 사무총장이 4월 라디오에 출연해 유승민, 안철수를 ”당을 통합한 창업주”라고 표현한 바 있다.

실제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은 유승민과 안철수가 주도했지만 ‘선임된 대표이사’ 격인 손학규가 당권을 잡은 뒤로 두 세력은 당내에서 위치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이어진 두 세력의 ‘지분권 요구‘를 손학규가 당권으로 진압하고 있는 양상이다. 손학규 대표는 ‘추석전 지지율 10% 미달하면 사퇴’ 하겠다는 약속도 뭉개고 있다. 결국 안철수계와 유승민계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와 유승민, 새집 차릴까?

유승민 의원은 지난 29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는데 정작 보여 드린 게 없다”며 ”결심해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30일에는 당내 비당권파 의원 15명(안철수계, 유승민계)이 만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의 대표직을 수락하면서 ”(손학규 대표가) 4월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온갖 불법 사보임하고 불법 통과시키는 것 보고 모든 미련을 던졌다”며 ”손 대표와 오늘부로 싸움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모종의 결단을 내렸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에 안철수 대표가 정계 복귀 사인을 보냈다. 30일, 안철수 전 의원은 자신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책 자체가 어떤 메시지를 담은 것은 아니지만 대중에 ‘무언가를 내놓는다’는 상황 자체를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안철수와 유승민의 움직임은 다분히 ‘전략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조국 장관’ 여파로 ‘세결집‘에 매진했고 이에 따라 중도층 이탈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자유한국당도 중도층까지 포섭할 선거 의제를 던지기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안철수와 유승민은 갈 곳 잃은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에 선거제 개편이 완성된다면 비례성이 다소 높아지면서 군소정당에 더욱 유리해지기까지 한다. ‘제3지대 전략’을 내놓기 최적의 타이밍이다.

조선일보는 유승민 의원 등이 다음달 10일을 전후해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인사는 ”신당 창당파 안에서는 늦어도 11월까지는 제3신당 창당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이를 기준으로 창당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역산하면 10월10일 전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데드라인은 ‘국고보조금’에 맞춰져 있다. 내년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따라서 11월 15일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일 전까지 창당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오는 10월 2일부터 국회는 20일간의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의원들에겐 가장 바쁜 기간중 하나다. 섣불리 몸을 움직이고 힘든데다가 이슈몰이를 하기도 어렵다.

안철수계 의원들 상당수가 ‘비례’라는 점도 주요 변수다. 바른정당계 의원 8명은 모두 지역구 당선자이지만 안철수계 의원은 권은희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레출신이다. 탈당하면 의석 자체를 잃게 된다. 아직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만큼 그 윤곽을 봐야 손익 계산을 정확히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손학규 #유승민 #오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