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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맞은편에는 보수단체 자유연대의 ‘조국 장관 반대’ 집회가 열렸다.

  • 라효진
  • 입력 2019.09.28 20:40
  • 수정 2019.09.28 21:10
서초동 촛불집회
서초동 촛불집회 ⓒ한겨레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조국수호’와 ‘조국구속’을 주장하는 찬반 집회가 열렸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28일 오후 6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 앞에서 ‘제7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물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집회를 연 데 이어,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 주최 쪽 추산 150만명이 참석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지난주와 달리 이번 주는 평일에 집회가 열리지 않았고 대구, 광주, 부산, 제주 등 지방에서 상경집회 참가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시민연대가 주최한 서울중앙지검 앞쪽 도로와 보도블록에는 집회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참가자들의 발길로 가득 찼다. 오후 2시 집회가 열리기 4시간 전이지만 사람들은 팻말과 조국 사진을 들고 하나둘씩 중앙지검 앞 도로에 앉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일찍 올라와 배낭을 메고 일찍 자리를 잡은 행렬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을 수사하라’, ‘검찰개혁 이뤄내자’, ‘공수처를 설치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 곳곳에서는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깃발이 펄럭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이 붙은 모자와 ‘조국 수호’라는 머리띠를 쓰기도 했다. 오후 4시30분이 넘자 서초역 7번 출구부터 약 500m까지 도로와 보도블록은 집회 참가자들로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연대 쪽은 “현재 4만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집회가 시작된 오후 6시부터는 반포대로 뿐만 아니라 대로를 둘러싼 식당과 주유소 주차장들과 골목들까지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는 사람들로 붐볐다. 반포대로 옆 골목에서 집회가 열리는 대로 쪽으로 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남편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지금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부터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찼다”라며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말했다. 성모병원에서 문화제가 열리는 곳까지 거리는 1km가 넘는다.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뉴스1

정문숙(47)씨는 이날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중학교 2학년인 딸의 손을 잡고 경상북도 영천에서 새벽 6시에 출발했다. 정씨는 “딸의 중간고사가 코앞이지만, ‘조국 장관 사태’를 지켜보며 시민으로서 한 사람이라도 나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조국 장관 청문회와 그 이후 검찰과 언론이 모두 한 사람을 몰아세우고 괴롭히는 게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청문회에서 있었던 야당 의원들의 태도에 대해 “정권이 바뀌기 전 본인들의 행태는 생각 안 하고 정권 바뀌고 과거는 무시하고 현재 (조 장관의) 작은 것까지 몰아붙이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안산에서 이곳을 찾은 안희범(가명·71)씨는 보도블록에 앉아 대자보에 “수구세력 윤석열을 즉각 파면(탄핵)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글을 쓰고 있었다. 안 씨는 “우리 세대는 모두가 자식을 위해 나쁜 짓도 하면서 살아왔는데, 조국 장관의 조그마한 것을 가지고 떠드는 자유한국당 등 수구세력들이 이해가 안 된다”며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본인들의 권력을 지키려고 하는 검찰이 정당한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라 슬쩍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화제에 앞서 보도자료에서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와 관련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전 대대적인 압수수색은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적폐청산 정책에 저항하기 위한 검찰 조직 내부의 정치검찰들의 조직적 이기주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장관의) 가족(배우자·자녀)에 대한 인신공격성 검찰의 압수수색, 소환조사, 언론을 통한 피의사실 유포 등은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존립을 부정하는 행위까지 이뤄지고 있어 심각한 공직자 가족 인권 침해로 드러나고 있다”며 “공직자 가족 신상 털어내기는 형식적 법 집행이라는 제도를 악용해 공직자 가족 사생활까지 무너뜨리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의 저급한 수준 낮은 인권의식의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반면 같은 시간 촛불 문화제 맞은편에는 보수단체 자유연대의 ‘조국 장관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시민연대와 마찬가지로 오후 2시부터 확성기와 트럭 등을 이용해 조국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오후 4시30분께 자유연대 참가자들은 서초역 6번 출구 인근부터 100m가량 정도의 규모로 반대쪽 참가자들보다는 수가 적었다. 오후 5시10분이 넘어서면서 시민연대 쪽 인원이 자유연대 쪽으로 일부 넘어오면서 중간 지역이 허물어지며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양측은 서로 마주 보고 팻말을 위로 들어 올리며 각자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연대 쪽은 자유연대 쪽을 향해 부부젤라를 불기도 했다. 조국 장관을 반대하는 쪽 집회 참가자들은 ‘조국파면’, ‘정의 실현’, ‘문재인 방 빼’, ‘조국은 범인이다’ 등의 팻말을 들고 “조국구속, 문재인 퇴출”을 반복해 외쳤다.

‘조국 반대 집회’에 참가한 이지숙(가명·65)씨는 “법을 공부한 조국 장관이 자신의 딸과 아들, 사모펀드 등 자기의 모든 것을 위해서 법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며 “정치권력과 장기집권을 위해서 공수처를 설치해서 결국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집권세력 중에서 말을 안 듣는 사람들을 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집회장을 찾은 정해춘(61)씨는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고맙다”며 “누구에게나 공정한 법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은 공정하고 깔끔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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