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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일본 노인들이 '근육 저금' 하는 방법

스트레칭에서 근력 운동으로 대세가 넘어가고 있다

  • 박수진
  • 입력 2019.09.28 11:51
  • 수정 2019.09.28 11:52

일본에서 최근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근육 저금’이라는 것이 있다. 근육도 노후 자금 대비하듯이 미리 저축하자는 말이다. 또 다른 유행어 중에는 “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표현도 있다. NHK 방송이 지난해 8월부터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 ‘모두의 근육체조’에 출연하는 다니모토 미치야가 프로그램 마지막에 늘 하는 대사다. 지난해 일본 출판사가 해마다 뽑는 신어·유행어 후보에도 올랐다.

근육 단련 붐은 젊은층에도 불고 있지만, 최근 특히 주목받는 것은 고령자 근육 단련이다. ‘모두의 근육체조’에 출연하는 다니모토는 노인 요양 시설에서 직접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육 단련 프로그램을 지도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출판사들은 <정년 후가 180도 바뀌는 어른의 운동> <70살부터 근력 트레이닝과 스트레칭>같이 고령자 근력운동에 초점을 맞춘 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에서 고령자 건강 관리는 걷기와 스트레칭에 방점을 찍은 체조에 집중되는 경향이 과거에는 강했다. 최근의 근육운동 강조 경향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걷기와 스트레칭만으로는 근력 감소를 막기 힘들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근력 감소는 고령자가 일찍부터 돌봄 인력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워지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19일 도쿄 메구로구 도쿄대 연구실에서 이시이 나오카타 교수가 체력이 약한 중장년이 할 만한 대표적인 근력 운동인 스 시범을 보이고 있다. 우선 통상적인 스과 달리 발을 어깨너비 이상으로 넓게 벌린다.
19일 도쿄 메구로구 도쿄대 연구실에서 이시이 나오카타 교수가 체력이 약한 중장년이 할 만한 대표적인 근력 운동인 스 시범을 보이고 있다. 우선 통상적인 스과 달리 발을 어깨너비 이상으로 넓게 벌린다. ⓒ한겨레/조기원 기자
손은 모으지 않고 쭉 뻗은 채 무릎을 굽힌다.
손은 모으지 않고 쭉 뻗은 채 무릎을 굽힌다. ⓒ한겨레/조기원 기자

지난 19일 도쿄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시이 나오카타(이학박사) 교수는 고령자가 근육이 부족해지면 넘어지기 쉽고 일단 넘어져서 다치면 심한 경우 사망하거나 침대에서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물학도였던 그는 젊은 시절 취미로 보디빌딩을 했다. 1981년 보디빌딩 세계선수권대회 3위와 82년 미스터 아시아 대회 우승을 한 경력이 있다. 이론적으로 잘 알면 좀 더 멋진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인간의 근육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올해 64살로 자신도 고령자로 접어들고 있는 그는 체력이 약한 고령자도 할 수 있는 근육운동을 소개한 <중장년 슬로 트레이닝>이라는 책을 냈다.

“고령자 근육운동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 미국에서 고령자가 넘어진 뒤 (폐렴 등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늘어났다. 당시 일본이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던 때라 고령자 근육 트레이닝 연구가 일본에 필요해질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일어서기나 걷기 같은 기능이 쇠퇴하는) ‘로코모티브 증후군’ 상태가 되면 이동이 어렵다. 이 경우 사회와의 연결점이 적어져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상태가 되기 쉽고 인지기능 저하도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력 부족이 위험수위로 접어든 징후를 걸음걸이에서 알 수 있다고 했다. “근력이 부족해지면 보폭은 좁아지고 다리가 옆으로 벌어지는 범위는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하는 슬로 트레이닝은 피트니스센터에서 덤벨같이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고도 근력운동을 하는 방법이다. 동작 하나하나를 천천히 해서 근육에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동작을 천천히 해서 혈류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면 근육에 작은 부하를 가해도 큰 부하를 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나쁘게 해서 근육 세포를 많이 사용하게 하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근육을 속이는 방법이다”라고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제안하는 방법이 이전에도 경험적으로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태극권이 슬로 트레이닝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고령자가 슬로 트레이닝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시이 교수는 “체력이 크게 쇠퇴하지 않은 고령자도 많다. 이런 고령자는 중량을 이용해서 밀어붙이는 통상적 트레이닝 방법을 오히려 추천한다. 고령자가 될수록 탄수화물 섭취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만 고기 같은 단백질 섭취도 많이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도쿄 이타바시구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근육 트레이닝 체험 강좌 모습]

 

일본에서 고령자의 근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데,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근육을 단련하는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에 ‘고령자 생활을 위한 근력 트레이닝 10가지’라는 운동 방법이 있다. 일어서기, 걷기, 높은 곳에 있는 물건 집기 등 일상생활에서 하는 동작에 중점을 둔 간단한 운동이다. 의자에 앉은 채 무릎을 90도 이상 천천히 들어 올리기, 양팔을 앉은 상태에서 들어 올리기, 일어서서 의자에 기댄 채 발뒤꿈치를 쭉 펴는 식이다.

도쿄 이타바시구는 ‘고령자 생활을 위한 근력 트레이닝 10가지’를 주 1회 10명 정도가 모여서 실시하는 그룹을 주민들이 만들면 구가 운동 지도를 할 전문 직원을 첫 3회 정도까지 파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도쿄 고쿠분지시는 주민들이 모여서 이 운동을 한다고 신청하면 시가 운동 방법을 담은 디브이디(DVD)를 제공한다.

근력운동이 주가 아니더라도 다른 재활 사업에도 근력운동 요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일본 아이치현 나가쿠테시는 고령자를 쇼핑센터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바래다주는 ‘쇼핑 재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참가 고령자들은 쇼핑센터에 모이면 우선 사회복지법인 직원의 지도로 근력운동 요소가 들어간 체조부터 한다. 이 체조에는 타월을 발바닥에 대고 당기는 동작이 있다. 이 동작은 등 근육과 겨드랑이 근육 발달을 위한 운동이다.

구립 체육관 같은 공공 체육관에서도 고령자 한정 근력운동 프로그램이 대부분 있다. 예를 들어서 도쿄 주오구 스포츠센터는 ‘생활 근력 향상 천천히 프로그램’이라는 강좌가 있다.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일상생활에서 하는 움직임인 앉기, 비틀기, 밀기, 당기기 등의 동작을 부드럽게 하고 기능이 쇠퇴하지 않게 하기 위한 근력 트레이닝”이라고 소개돼 있다.

민간 스포츠센터도 최근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령자 전용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도큐 스포츠 오아시스’는 60살 이상 ‘시니어 전용 클래스’를 따로 운영한다. 시니어 전용 클래스는 2006년부터 개설됐는데 태극권, 피트니스센터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기구를 이용한 근력 단련, 넘어짐 방지를 위한 근력 향상 운동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년을 계기로 체력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현재 이 스포츠센터 전국 지점 중 13곳에서 시니어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노인 체력은 과거에 비해서 크게 향상됐다. 일본 스포츠청은 지난해 10월, 2017년 기준 70대 중·후반 여성 체력·운동능력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쥐는 힘과 상체 일으키기, 걷기 등 운동능력을 측정해서 점수화하는데, 75~79살 여성은 36.03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부터 국민 체력 조사를 했으며 98년부터 60대와 70대도 조사 대상에 넣었다. 고령자인 70대 일본인 체력·운동능력 점수는 조사 시작 이후 20여년 동안 꾸준히 향상됐다.

이시이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본인들이 대비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이가 들수록 개인 간의 체력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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