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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배변'을 이유로 2명의 인도 '달리트' 아이들이 맞아 죽었다

카스트 제도의 잔인함이 드러난 사건이다

  • 박세회
  • 입력 2019.09.27 15:22
  • 수정 2019.09.27 15:23
지난 7월 인도 국회의 의장 격인 옴 비를라가 '깨끗한 인도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거리의 오물을 청소하고 있다. 
지난 7월 인도 국회의 의장 격인 옴 비를라가 '깨끗한 인도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거리의 오물을 청소하고 있다.  ⓒHindustan Times via Getty Images

인도 중앙부에 있는 마디아 프라데시 주의 십대 두 명을 때려죽인 범인들이 붙잡혔다. 사망한 아이들은 과거 인도의 계층 중 최하위로 알려진 ‘달리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에서 법적으로는 계층이 사라졌지만, 하층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범인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 6시 30분께 12세의 로시니 발미키와 그녀의 조카인 10세 아비나시 발미키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폭행을 당하기 전 공공 배변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아비나시 발미키의 부친 마노즈 발미키는 가해자들의 집안과 카스트를 놓고 언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마노즈 씨는 알자지라에 ”아이들이 울부짖으며 도움을 구하는 소리를 듣고 나갔다가 충격을 받았다”라며 “우리 집에서 약 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두 명이 몽둥이로 아이들을 때리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마노즈는 달려갔으나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범인들은 현장에서 도주했으나 곧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경찰에게 넘겨졌다. 마노즈의 집안은 과거 카스트 제도에서 ‘불가촉천민‘(Untouchable)으로 여겨졌던 ‘달리트’ 출신이다. 보통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이나 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피정복민과 노예, 천민) 4가지로 알고 있으나, 달리트는 이에도 속하지 못하는 최하층 계급이다.

출신 계층으로 인한 차별은 불법이지만, 인도의 시골 지역에서는 아직 만연해 있다. 마노즈는 로이터에 ”우리 마을에는 다양한 계층 관련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우리 아이들은 다른 계층의 아이들과 함께 놀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이 뉴스가 퍼지며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배변했다’라는 소식 역시 관심을 끌었다. 인도에서는 공공 배변이 가장 주요한 사회 이슈 중 하나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의 총리 나렌드라 모디와 집권당인 인도인민당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이 ‘공공 배변 근절‘이다. 모디의 인도인민당은 2014년 ‘청결한 인도’ 미션을 시작한 바 있으며 올해 10월 2일까지 공공 배변 없는 인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시골 지역의 궁핍한 환경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알자지라의 보도 등을 보면 피해자인 발미키 씨의 집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잔존하는 카스트 제도의 극단적 잔인함과 인도 시골 지역의 열악한 위생 환경을 함께 드러낸 범죄로 볼 수 있다.

한편, 지난 2018년 9월 달리트 출신인 23살 청년 프라네이 페루말라가 장인이 보낸 자객의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 등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도의 달리트는 1억3000만 명으로 인도 인구의 17%에 달한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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