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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디터의 신혼일기] '타짜3'에 곽철용이 안 나온 탓에 우리 부부에게 벌어진 일들

곽철용 게임 할 줄 아는 사람?

ⓒMBC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격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얼마 전 일이다. 오랜만에 영화나 보러 갈까? 하고 백만년만에 영화관 데이트에 나섰는데 고른 게 ‘타짜3’.

‘타짜2’를 나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지라 별 거부감은 없었다. 비판이 많았지만 아무렴 뭐 당연히 타짜1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고, 타짜2 정도만 돼도 추석영화로는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본인 방금 ‘타짜3’ 재밌게 보는 상상함ㅋㅋㅋㅋ
본인 방금 ‘타짜3’ 재밌게 보는 상상함ㅋㅋㅋㅋ ⓒ영화 '타짜'
하지만 어림도 없지!!!!!
하지만 어림도 없지!!!!! ⓒ영화 '타짜'

밀도있는 평가는 못 내리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영화는 아주 매우 별로였다. ‘타짜3’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목소리가 마치 성우같이 좋으신 에디터K선배의 유튜브 채널(클릭)에서 볼 수 있고, 어쨌든 우리는 졸작에 지쳐 진이 다 빠진 상태로 영화관을 나왔다. 그리고 자책감을 느꼈다.

“왜 우리가 이걸 못 걸렀을까?”

아마 그건 다 술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거의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핵인싸’ 부부로 산답시고 쪼인엠티처럼 여기저기 맨날 다 초대해서 음주가무하고 놀다보니까 뇌는 쪼그라들고 머가리에 남은 거라곤 닭도리탕 안주에 추가했던 우동사리뿐인 것이었다. 다 우리 잘못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술이나 마시며 보내버린 지난 1년 간의 신혼생활을 반성해보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주말마다 마시고 노는 생활을 총각일 때에 시작했다.”

….?

갑자기 내 남편이 적금 붓고 보험도 드는데 순정도 있는 깡패같이 보였다.

ⓒ영화 '타짜'

“그 나이때 술 마시던 놈들이 백명이라 치면은 지금 나만큼 마시는 놈은 나 혼자 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장가간 놈 제끼고, 간 약한 놈 보내고,
안경잡이같이 술자리 빼는 새끼들… 다 죽였다.

마누라, 테슬라 한 잔 따라봐라.”

뭐래...
뭐래... ⓒMBN

“올림픽대교 막혀서 마포대교 무너지는 소리하고 있네. 한강대교는 무너졌냐 이 새끼야!?”

“앗 아니 역시 당신... 이렇게 자연스럽게 술게임으로 넘기다니. 골든브릿지는 무너졌냐 마누라야?”

역시 (구) 핵인싸라 반응이 빨랐다. 이게 바로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곽철용 게임’인 것이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그냥 돌아가면서 이 세상의 모든 다리를 읊으면 된다. 한 바퀴 턴이 돌고 나면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치면 된다. 먼 옛날 술자리 미팅자리에서 하던 ‘지하철~지하철~’ 게임과 흡사하지만, 그 게임과 마찬가지로 술 마시면 다리 이름이 생각이 잘 안 나는 게 단점이다. 동쪽도 안 되고.. 서쪽도 안 되고… 이 안에 뇌절이 있다. 그게 내 결론이다. 

ⓒ영화 '타짜'

그렇게 우리는 위대하신 곽-iron-dragon님으로 인해 계속 묻고 따블로 가다가 또 취했다. 이렇게 마셔대니까 곽철용이 나오는 타짜1같은 명작을 다시 볼 생각을 못하고 타짜3따위나 다시 보는 것이다. 술은 정말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그 와중에 생맥주 기계 거품이 시원찮길래 배터리를 찾으려고 일어섰는데…

“여보야,, 나도 꼬장이 있다. 니가 이런식으로 내 꼬장을 짓밟으면은 마 그때는 한 병 더 따는 거야! 앉어!”

.........

“ㅋ나 이대 나온 여자야... 내가 어떻게 꼬장을 받아?”

ㅎㅇ
ㅎㅇ ⓒTkKurikawa via Getty Images

나의 그 말에 게임은 끝났다. 우리는 말도 안 되는 음주 반성따위 집어치우고 그냥 폰을 집어들어 우리의 친애하는 이웃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니? HㅏHㅏ… 내가 너한테 하나 물어보자. 너도 걔처럼 목숨 걸고 한잔할 수 있겠니?”

생각해보면 주말마다 부부끼리 술한잔하는 건 도박에 비하면 얼마나 건전한 취미람? 비록 ‘타짜3’를 극장 가서 볼 정도로 판단력은 가끔 흐려지지만, 그래도 이 기쁨을 포기할 만한 다른 걸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이번 주말도 우리는 마포대교 곽철용 게임을 할 것 같다.

*물론 과도한 음주도 당연히 건전하지는 않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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