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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 딸의 간암 진단을 듣고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설파한 강연자

불과 강연 세 시간 전에 소식을 들었다

와자하트 알리
와자하트 알리 ⓒ테드 영상 캡처

미국의 한 유명작가의 두 살배기 딸이 간암에 걸렸다. 평소 테드 강연 등에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파하고 다니던 아빠는 딸의 간암 진단 사실을 강연 직전에 듣고도 연단에 올랐다. 심지어 곧바로 관객들에게 딸 아이의 진단 사실을 알리고 이후 뉴스에 나가 적극적으로 간 기증자를 찾았다. 200명이 넘는 기증자들이 나타났고, 딸은 이 중 한 명에게 무사히 간을 이식받았다. 혐오와 증오가 가득 찬 세상에서 아름다운 가족 동화가 탄생했다.

이야기는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고 CNN에 컨트리뷰터로 출연하는 와자하트 알리는 지난 4월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열린 테드(TED) 강연에서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파했다. 지구 전체의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 출산율이 계속 감소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이를 낳는 건 축복이다, 등의 내용이다.

평소처럼 흘러가던 강연 도중 알리가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흘 전 아내가 전화를 했습니다. 제 아이 누세이바를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배에 부종이 있다고 했어요. 결과를 받았는데, 종양이 간 주변에 번져 있었습니다”라며 ”오늘 아침 딸 아이가 간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객석에서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알리는 이 강연을 하기 불과 3시간 전에 두 살배기(지금은 세 돌이 지났다고 한다) 딸 아이의 간암 진단 소식을 들었다. 알리는 아내에게 강연을 취소하고 그들의 집이 있는 워싱턴 DC로 돌아가야 할지를 물었으나 아내는 이를 만류하며 딸 아이에게 아빠의 목소리나 들려주라고 말했다.

알리의 강연 내용이 ”왜 더 많은 사람이 아이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였다는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알리는 청중에게 ”우리 부부는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어떤 후회도 하지 않았다”라며 ”아이를 낳은 것은 우리가 한 모든 선택 중의 최고였다”라고 밝혔다.

두 살배기 누세이바는 5개월에 걸쳐 9번의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종양이 간에 너무 널리 번져 간을 이식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가족은 간 이식 기증자를 찾았으나 수술 일정이 다 잡힌 상태에서 불과 두주 전 이식자와 딸의 적합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빨리 수술을 받지 못하면 딸 아이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 지난 9월 13일 와자하트 알리는 결국 CNN에 출연해 자기 딸 아이에게 간을 기증한 기증자를 찾았다. 기사 말미에 연락처까지 표기한 이 뉴스는 CNN으로서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 기사 이후 200명이 간 이식을 자원하고 나섰다고 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알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누세이바가 새로운 간을 이식받았습니다”라며 ”익명의 기증자에게서 어제 간을 이식 받았습니다. 기증자와 딸 아이 모두 잘 회복 중입니다. 딸 아이는 오늘 깨어나 우리를 알아보고 몇 마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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