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촉발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26일(현지시각) 공개됐다. 기밀해제 절차와 일부 편집을 거쳐 하원 정보위원회가 공개한 이 문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박하려 했다는 제보를 담고 있다.

전날 백악관은 내부고발자의 문제제기로 논란이 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7월25일 통화 녹취록 편집본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으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벌여달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공개된 고발장에 따르면, 내부고발자는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적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다음은 고발장의 주요 내용들이다.

트럼프 정부는 전화통화 내용 은폐를 시도했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내부고발자는 트럼프가 이 전화통화를 통해 ”외국 정부의 2020년 미국 대선 개입을 요청하기 위해 자신의 대통령직 권한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동에 정부 관계자들이 ”깊이 우려했다”고 적었다.

고발장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모든 통화 기록을 ”감추려고” 했다. 백악관 변호인들은 통상적으로 이같은 기록이 저장되는 컴퓨터 시스템에서 통화 녹취 전자 기록을 삭제해 기밀 정보를 취급하는 다른 보안 시스템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고 내부고발자는 적었다.

″나는 백악관 관계자들의 이같은 행동은 그들이 전화통화에서 발생한 일의 중대성을 이해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내부고발자가 적었다.

고발장에 따르면 몇몇 관계자들은 1급기밀을 취급하는 관리 체계가 부적절하게 활용된 점을 우려했다. 해당 통화내역은 ”국가안보 측면에서 (1급 기밀로 처리되어야 할 만큼) 조금이라도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기밀 정보 취급 시스템은 ”비밀 작전 같은 암호정보 수준의 정보”를 다루는 데 활용된다.

트럼프는 예전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가리기 위해 통화내역을 감추려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발장에는 ”내가 대화를 나눈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의 녹취록이 국가안보상 민감해서가 아니라 단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라는 이유로 이를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암호정보 수준의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으로 이관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는 내용이 적혔다.

다만 내부고발자는 그 구체적인 내역은 언급하지 않았다.

″보상(quid pro quo)”에 대한 얘기가 있었을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관련 논란, 그리고 이게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에는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요구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중단을 위협했느냐가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내부고발자는 고발장의 하단에 이렇게 적었다. “8월초 당시 나는 몇몇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가 미국의 지원이 무산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미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들었으나 그들이 어떻게, 언제 그 정보를 알게 됐는지는 모른다.”

이 부분을 빼면 내부고발자는 군사적 지원에 대해 거의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이 희망했던 두 정상의 후속 회담은 ”젤렌스키가 이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 보여주느냐 여부에 달려있었을 것”이라고 내부고발자는 적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데 대한 보상으로 군사적 지원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루디 줄리아니와 미국 대사 두 명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의 요구에 응하도록 개입했다

뉴욕 시장 출신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루디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추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들과 회담 및 방문 일정을 기획했었다고 내부고발자는 밝혔다.

미국 대사 두 명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려 했었다고 한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 두 명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 커트 볼커, EU대사 고든 선들랜드로, 이들은 해당 통화가 이뤄진 다음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통화 요약본을 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 역시 어떤 식으로든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내부고발자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나는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관련 문제에 있어서 바 법무장관 또는 (바 장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착수 배경 관련 수사를 맡긴) 존 더럼(코네티컷 주검찰총장)과 얼마만큼 직접 긴밀히 논의했는지 알지 못한다.” 내부고발자가 각주에 적은 말이다.

음모론자들은 2016년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해킹 사건이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작품이라는 이론을 퍼뜨리고 있으며, 줄리아디 또한 이를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는 게 내부고발자의 증언이다. “5월 중순부터 나는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국가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줄리아니의 월권행위 및 양측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깊이 우려스럽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부고발자가 적었다. 

* 허프포스트US의 Key Takeaways From The Whistleblower Complaint On Trump’s Ukraine Call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