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고이즈미 일본 환경상의 문제는 "섹시"가 아니라 "스테이크"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섹시하게"

  • 박세회
  • 입력 2019.09.25 12:01
  • 수정 2019.09.25 12:04
FILE PHOTO: Japan's Environment Minister Koizumi attends a news conference at PM Abe's official residence in Tokyo
FILE PHOTO: Japan's Environment Minister Koizumi attends a news conference at PM Abe's official residence in Tokyo ⓒReuters

일본 정계, 특히 보수의 아이돌로 떠오르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외교 무대 첫 데뷔에서 ”기후변화에 섹시하게 대처하겠다”는 발언을 해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환경상은 지난 22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 한 환경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영어로 ”기후 변화와 같은 거대한 이슈에 대응은 재밌어야 하고, 멋져야 하고, 섹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3일에는 한 기자가 ‘섹시 발언’의 의미에 관해 묻자, ”그게 무슨 뜻인지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으냐”는 식의 대답을 내놨다. 해당 발언은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의 “Let’s make green sexy”를 차용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섹시’보다 더 중요한 건 스테이크다. 지난 21일 오후 8시께 고이즈미 환경상이 뉴욕에 도착해 곧바로 식사하러 가는 장면이 TBS 등의 일본 TV 카메라에 잡혔다.

TBS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공부한 고이즈미 환경상은 낯익은 뉴욕에서 스테이크를 즐겼다”라며 ”매일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말하던 고이즈미 환경상이 첫날 밤부터 곧바로 찾은 곳은 스테이크 가게”라고 전했다. 스테이크에는 잘못이 없고,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마음에도 잘못이 없다. 그러나 환경상이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 데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일본의 정치 평론가 아즈미 아키코는 ”고이즈미가 뉴욕에 도착해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라며 비서를 데리고 스테이크 가게로 향하는 장면이 TV에 그대로 잡혔다”라며 ”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인 육류 소비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육식 소비를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파악하는 환경단체들을 생각하면, 환경상으로서 정무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이즈미의 환경에 대한 지식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고이즈미는 22일 기자회견에서 ”화석 연료 탈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감소”라는 단답을 내놨다. 후속으로 ”어떻게 감소할 것인지”를 물었으나 ”지난주 환경상이 되었다. 동료나 부처 직원들과 논의를 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환경상으로서 큰 그림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차갑게 식었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에 무지한 것이 드러나 버렸다”라며 ”지구 온난화 대책의 실행을 호소하고 있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일본 #국제 #유엔기후변화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