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민주당의 난제 : 트럼프 지지자들을 화나게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탄핵하기

그러나 탄핵에 부정적인 민주당 의원들조차 트럼프를 탄핵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 허완
  • 입력 2019.09.25 15:31
  • 수정 2019.09.25 15:32
U.S. President Donald Trump arrives to address the 74th session of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at U.N. headquarters in New York City, New York, U.S., September 24, 2019. REUTERS/Carlo Allegri
U.S. President Donald Trump arrives to address the 74th session of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at U.N. headquarters in New York City, New York, U.S., September 24, 2019. REUTERS/Carlo Allegri ⓒCarlo Allegri / Reuters

레이크 제네바, 위스콘신주 - 랜디 제스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논란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워싱턴의 민주당 지도부에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트럼프에게 임기 4년을 더 주고 싶으면 탄핵하라는 것이다.

재스퍼는 1300여명이 거주하는 위스콘신 서부의 한 마을에서 콩을 재배하는 68세의 농부다. 그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고, 2016년에 트럼프를 찍지도 않았다. 그와 아들은 트럼프가 벌인 무역전쟁 때문에 지금까지 6만 달러를 잃었다.

“나는 분명히 트럼프 팬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를 탄핵하려 했다가는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것이다.” 이번 주말에 열린 팜 에이드(Farm Aid) 자선 콘서트 환영 행사에서 그가 말했다. “그를 내쫓고 싶다면 투표로 내쫓아라. 강제로 내쫓으려 했다간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할 것이고, 그들은 ‘아, 저 개자식들을 혼내주자. 그에게 다시 투표하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구하면서 군사 지원을 보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 활동가들, 경선 유권자들, 2020년 대선 후보자들은 민주당 하원 지도자부를 향해 트럼프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민주당, 캘리포니아)는 24일 공식 탄핵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주류 컨설턴트들은 재스퍼처럼 보수 성향 스윙 스테이트(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주)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이 걱정이다.

“미국에서 탄핵에 대한 여론은 기껏해야 뒤섞인 정도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8년 선거 운동 핵심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셀로드의 말이다. “잘해야 정치적 행동으로 보일 것이고, 최악의 경우 무혈 쿠데타로 보일 것이다.”

NEW YORK, NY - SEPTEMBER 24:  U.S. President Donald Trump leaves the stage after speaking at the United Nations (U.N.) General Assembly  on September 24, 2019 in New York City. World leaders are gathered for the 74th session of the UN amid a warning by Secretary-General Antonio Guterres in his address yesterday of the looming risk of a world splitting between the two largest economies - the U.S. and China.  (Photo by Stephanie Keith/Getty Images)
NEW YORK, NY - SEPTEMBER 24: U.S. President Donald Trump leaves the stage after speaking at the United Nations (U.N.) General Assembly on September 24, 2019 in New York City. World leaders are gathered for the 74th session of the UN amid a warning by Secretary-General Antonio Guterres in his address yesterday of the looming risk of a world splitting between the two largest economies - the U.S. and China. (Photo by Stephanie Keith/Getty Images) ⓒStephanie Keith via Getty Images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지도부는 여론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음을 인식해 탄핵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왔다. 게다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 해도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의 탄핵심판을 통과하지 못할 게 거의 확실하다. 트럼프 측은 이를 두고 ‘무죄임이 밝혀졌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정말 힘들 것 같다.” 액셀로드가 말했다. ”(탄핵을 주저하는) 민주당 인사들은 자신들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게 아닌지 고민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트럼프 탄핵을 요구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그렇게 하지 말라고 조언해 왔던 액셀로드조차 최근 트럼프의 법 무시 행위가 더 과감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된 행위들을 대놓고 과시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사례를 통해 뭔가 바뀐 것 같다.” 그가 말했다. ”트럼프를 탄핵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해지는 시점이 오면 그게 티핑 포인트다. 우리는 그 쪽에 다다르고 있는 것 같다.”

2020년 공화당 경선 출마를 준비중인 세 명 중 두 명은 이미 오래 전에 그 티핑 포인트를 넘었다고 본다. 이들이 보기에 최근 우크라이나 사건은 트럼프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반드시 탄핵되어야 한다.” 조 월시 일리노이 전 의원이 NBC 뉴스 먼데이에서 주장했다. ”그는 독재자가 될 것이다. 이건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월시는 경선에 뛰어드려는 다른 두 공화당 인사 두 명과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전 주지사인 마크 샌포드 의원,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다.

웰드는 더 나아가 트럼프는 의회가 승인한 미국의 지원을 대가로 해외 정부의 도움을 요구한 것은 사형죄에 해당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건 반역이다. 순수하고 단순히 반역이다. 미국 법에 따르면 반역에 대한 처벌은 죽음이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법무부 범죄국을 이끌었던 웰드가 말했다. “헌법에 따른 처벌은 면직이며, 양형 거래를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대통령으로서는 그게 차선일 것이다.”

웰드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경쟁 후보가 될 게 유력하다고 보는 정치인, 즉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벌인 행동은 헌법에 명시된 탄핵의 강력하거도 중대한 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난 그가 뇌물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걱정은 이제 할 필요도 없다. 다른 중대한 범죄와 경범죄들도 많이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만, 그 걱정도 할 필요없다. 그는 정말 무법자다.” 웰드가 말했다. ”반역이 있으니 코트에서 드리블로 시간을 끌 필요도 없다. 그냥 골대로 바로 가면 된다.”

House Speaker Nancy Pelosi of Calif., reads a statement announcing a formal impeachment inquiry into President Donald Trump,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Tuesday, Sept. 24, 2019. (AP Photo/Andrew Harnik)
House Speaker Nancy Pelosi of Calif., reads a statement announcing a formal impeachment inquiry into President Donald Trump,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Tuesday, Sept. 24, 2019. (AP Photo/Andrew Harnik) ⓒASSOCIATED PRESS

 

공화당 광고 제작자이자 컨설턴트이며 현재 웰드를 지지하는 슈퍼 팩에서 일하고 있는 스튜어트 스티븐스는 점점 뻔뻔해지는 트럼프의 행동에 따라 그만큼 반응도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을 턴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은행 강도 혐의로 그를 기소하는 것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은행을 털었으니까 기소하는 것이다.” 그가 말했다. 스티븐스는 트럼프의 부패와 권한남용은 계속될 것이라 말한다. “그는 옳고 그름에 대한 자제의 감각이 없다… 이 사람을 탄핵하지 않으면 누굴 탄핵한단 말인가?”

스티븐스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의 행동을 보호하는 게 어떤 선례를 남기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나중에 민주당 대통령이 납세자들의 돈을 자기 주머니로 옮기고,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얘기다. “그게 새로운 표준이다. 정말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 건가?”

액셀로드는 그런 주장을 이해하며 대부분 동의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말했다. ”반면, 그게 현실 세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액셀로드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공화당) 탄핵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했다. 그 때 보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분열된 의회와 대통령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례로 1974년 닉슨 탄핵 당시, 테네시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하워드 베이커는 상원 워터게이트 위원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애리조나주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은 닉슨에게 ‘공화당에서도 결단을 내렸다’는 소식을 직접 전했다.

“닉슨은 절대 트럼프만큼 뻔뻔하지 않았다. 그에겐 폭스뉴스와 브레이트바트뉴스도 없었다.”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내에서 ‘공포정치’를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트윗 하나로 정치 커리어를 끝장낼 힘을 갖고 있다. … (닉슨 탄핵 때와는) 아주 다른 정치적 환경이다.”

 

* 허프포스트US의 Dems’ Challenge: Impeaching Trump Without Riling Up His Bas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020 미국 대선 #낸시 펠로시 #우크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