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넷플릭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

정연하게 꽉 짜인 이야기 틀 역시 매력적이다

  • 박세회
  • 입력 2019.09.23 18:13
  • 수정 2019.10.18 14:38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믿을 수 없는 이야기 ⓒBeth Dubber/Netflix

잠시 모든 편견을 내려놓자. 우리는 이제 진실에 최대한 근접하려 모든 걸 바친 두 형사의 모험담에 관해 말하려던 참이다. 넷플릭스의 미니시리즈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왜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지 살펴보자.

*****아래 기사에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 기사에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 기사에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 8개 짜리 미니시리즈는 끔찍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워싱턴주에 사는 18세의 여성 마리 애들러는 어느 날 새벽 잠을 자던 중 복면을 쓴 남성에게 강간을 당한다. 범인은 잠그지 않은 창문으로 들어와 털 오라기 하나, 세포 몇 개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마리가 사는 곳은 청소년의 자립을 도와주는 일종의 복지 센터. 고아 혹은 고아는 아니지만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을 찾은 남성 형사들은 현장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낀다. 콘돔을 사용하고 강제로 샤워를 하게 한 범인의 치밀함. 범인을 특정할 신체 정보가 현장에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 와중에 마리의 전 위탁모가 수상한 정보를 흘린다.

부모가 경제적 사정이나 정신적 사정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없어 양육권을 빼앗기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정부는 아이를 위탁 가정에 맡기고 양육비를 부담한다. 마리는 이런 위탁 가정을 여러 개 옮겨 다녔다. 위탁 가정 중 두 위탁모가 마리와 친했는데, 이 중 하나는 마리가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이 위탁모는 경찰에게 ”경찰은 사건을 넓게 볼 필요가 있다”라며 마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자신의 편견을 흘린다.

경찰은 마리 위탁모의 얘기를 듣고 보니 피해자의 진술이 좀 흔들린다고 느낀다. 손을 묶었다면서 전화는 어떻게 걸었지? 눈을 가렸다면서 사진 찍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 두 명의 남자 형사들은 마리의 진술에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초동 수사 때 경찰관에게, 이어 등장한 형사에게, 그리고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정식 조사에서 다시 형사에게, 마리는 한 말을 하고 또 하고 또 한다.

강간의 피해로 온 정신이 산산이 흩어진 상태에서 ‘머리가 아파서 집에 가겠다‘는 아이를 두고 묻고 또 묻는다. 이들은 ‘피해자의 진술에 모순이 있다‘라고 결론 내린다. 마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거짓말이 드러날 경우 ‘허위 신고‘로 기소당할 수 있다고 협박한다. 마리는 기소를 면하기 위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진술서의 내용을 인정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후 마리를 ‘허위 신고’로 기소한다. 기소 당하지 않기 위해 거짓이라 인정했는데, 그 인정 때문에 기소를 당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은 자립 청소년 보호소 안에서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고 친구마저 잃어버린 마리가 다리 위에서 강물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저 멀리 미국 중부의 콜로라도에서 벌어진다. 형사 캐런 듀발(실제 형사의 이름은 ‘스테이시 갤브레이스‘)은 22세의 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수사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진행되는 수사는 워싱턴주의 마리가 당했던 강압적인 수사와 대조를 이의 그려진다. 거듭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 건 ‘당연하다’고 주지시키고, 기억이 파편화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어떤 감정을 가져도 좋다”고 다독인다.

듀발의 수사는 면밀하고 틈샐 구멍 없이 진행되지만, 범인을 특정할 단서가 없다. 체액도, 체모도, 세포 조각 몇 개 없이 현장은 ‘깔끔’ 그 자체다. 그러던 중 캐런 듀발은 카운티 인근 웨스트민스터의 탐정 그레이스 라스문센(실제 인물은 ‘에드너 헨더쇼트’)이 비슷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실존했던 두 명의 여 형사는 곧 이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며, 비슷한 범죄가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졌다는 사실을 포착한다. 이 시리즈는 두 명의 여형사가 28건의 강간으로 327년 6개월 형을 받은 연쇄 강간범을 체포하고 거짓말쟁이의 누명을 쓴 여성 마리의 인생을 구해내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실제 사건을 다룬 기사를 바탕으로 한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는 수많은 디테일들이 숨어 있다. 초동 수사에서 피해 여성의 반응을 일반화하는 타인들의 모습이다. 마리의 위탁모 중 그나마 마리를 가장 아끼는 여성마저도 ”피해자 같지 않다”는 말을 던진다. 담당 형사들은 시종일관 ”진술에 모순이 있다”는 말을 던진다. 마치 ‘진짜 피해자’의 진술에는 모순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은 피해자들의 다양한 양상을 대조적으로 그려 보여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캐런 듀발이 담당한 피해자 엠버는 가해 남성의 키, 대략적인 나이, 했던 말, 범행의 순서, 각 범행 요소에 따라 걸린 시간 등을 철저하게 기억하는 반면 마리는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야기에서 마리에게 한 남성 변호사는 말한다. ”아무도 강도 사건의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지는 않아요. 그런 일은 없어요.” 이 말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한편 2015년 크리스티안 밀러와 켄 암스트롱은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의 기사 ‘강간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넷플릭스 #미디어 #퓰리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미니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