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트럼프 탄핵 얘기까지 나오는 '바이든 우크라이나 의혹'은 무엇인가?

트럼프는 부적절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가짜뉴스'를 탓했다.

  • 허완
  • 입력 2019.09.24 17:16
  • 수정 2019.09.24 17:18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 미국. 2019년 9월2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 미국. 2019년 9월23일. ⓒASSOCIATED PRESS

″조 바이든이 한 일은 매우 부정직한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지 않으면... 특정 검찰(총장)을 해임하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이 한 말이다. 하지만 당신들은 가짜, 특히 당신은 가짜뉴스 일당들이니까 그걸 보도하지 않으려고 한다.”

23일(현지시각)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간략히 인사말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중이었다.

질문 12개 중 5개는 조 바이든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내용이었다. 민주당에서 조심스럽게 탄핵 얘기까지 흘러나오게 된, 바로 그 스캔들이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020년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수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구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을 수사하도록 하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검토하라고 한 적이 있으십니까?’

‘조 바이든과 그 가족을 수사해야만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우크라이나 지도자에게 말씀하셨습니까?’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내역을 공개하실 겁니까?’

‘통화내역 공개를 승인하실 겁니까?’

기자들의 질문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 미국. 2019년 9월2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 미국. 2019년 9월23일.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지원 중단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부인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여러분들이 보게 될 수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만 ”여러분들이 그 통화 내용을 보게된다면 (찾던 내용이 없어서) 매우 놀랄 테니 하던 대로 계속 해보라”며 짜증을 냈다.

″매우, 매우 나쁜 일을 한 건 조 바이든이다. 그는 자신의 아들과 그가 일하던 회사를 조사하고 있었던 그 검찰을 없애버리지 않으면 12억달러(약 1조4300억원)를 주지 않겠다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그는 ‘가짜뉴스들’을 탓했다.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은 부패했다. 알겠나? 그런데도 가짜뉴스들은 이걸 보도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민주당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공화당 인사가 조 바이든이 했던 짓을 했다면, 공화당 인사가 조 바이든이 한 말을 했다면 그들은 벌써 (사형집행용) 전기의자에 앉았을 것이다.”

”이중잣대를 보라. 여러분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전부는 아니다. 훌륭한 언론인들도 있다. 하지만 부정직한 언론인들이 많다. 대단히 부정직하다.” 

 

조 바이든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 모든 논란을 이해하려면 현재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하자 당시 오바마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았다.

정국은 불안정했다. 우크라이나는 2013년 말부터 시작돼 결국 정권교체로 이어졌던 유로마이단(친EU) 시위의 여파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었다. 친(親)서방 과도정부가 들어서자 러시아에 우호적이던 동부 지역은 반발했고,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과 러시아의 개입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는 신냉전의 전장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오바마 정부는 바이든 부통령에게 이 문제를 맡겼다. 그는 수시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미국의 지원책을 논의했고, 부패 척결 같은 개혁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말쯤 검찰총장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 문제가 논의 주제에 올랐다.

2015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키예프, 우크라이나. 2015년 12월7일.
2015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키예프, 우크라이나. 2015년 12월7일. ⓒASSOCIATED PRESS

 

바이든은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구했다. 쇼킨은 당시 새 정부가 추진하던 부패 청산 작업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시민들은 옛 친러 정권 인사 등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를 질질 끌고 있다며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 때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인물 중 하나는 올리가르히 미콜라 즐로체프스키였다. 친러 정부에서 생태천연자원부 장관 등을 지냈던 즐로체프스키는 공직에 있는 동안 자신이 설립한 에너지기업 부리스마홀딩스와 연관된 회사들에게 가스 채굴권 허가를 부당하게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부정축재, 돈세탁 등의 혐의도 제기됐다. 영국도 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부리스마에는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2014년 5월 헌터가 이 회사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발표됐을 때, 이미 미국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부친이 이 지역에 관한 외교정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었다. 당시 백악관은 헌터가 민간인이므로 이해상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바이든은 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을 요구했나

우크라이나 검찰은 즐로체프스키에 관한 수사를 미적거렸다. 그의 측근들은 쇼킨 검찰총장이 기소를 위협하면서 뇌물을 받아내려 했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을 촉구한 건 미국 뿐만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에게 자금을 지원했던 다른 서방 국가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독립검찰을 요구한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당시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이 다음날, 우크라이나 의회는 쇼킨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키예프, 우크라이나. 2016년 3월28일.
'독립검찰을 요구한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당시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이 다음날, 우크라이나 의회는 쇼킨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키예프, 우크라이나. 2016년 3월28일. ⓒSERGEI SUPINSKY via Getty Images

 

2016년 3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바이든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쇼킨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2년 뒤인 2018년, 바이든은 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팀과 지도자들에게 우리가 대출보증을 해줘야 한다고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 키예프에 12번,13번은 갔던 것 같다. 그러다가 또다른 10억달러짜리 대출보증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 (대통령) 포로셴코와 (총리) 야체뉴크로부터 검찰총장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둔 상태였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략) 나는 그들을 보고 말했다. 난 여섯 시간 뒤에 떠난다. 검찰총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그 돈은 못 구할 거다. 그랬더니, 세상에. 그가 해임됐다.”

워싱턴DC에 위치한 싱크탱크 아틀란틱카운슬의 선임연구원 앤더스 아스런드는 ”서구 사회의 모두가 쇼킨이 해임되기를 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러시아를 뺀) 주요7개국 전체, IMF, EBRD(유럽부흥개발은행), 모두가 쇼킨이 떠나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고, 이에 관한 대변인이 조 바이든이었다.”

기나긴 안팎의 압박 끝에 결국 쇼킨 총장은 2016년 3월 의회에 의해 탄핵됐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바이든 부패 의혹’의 근거는?

트럼프는 바이든이 당시 쇼킨 검찰총장 해임을 압박한 이유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부리스마의 설립자와 그곳에서 일하던 자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즉, 사적인 목적을 위해 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부분은 전혀 밝혀진 게 없다. 오히려 바이든은 즐로체프스키와 부리스마에 대한 더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했었다는 게 전직 측근들의 말이다. 우크라이나와 영국 수사당국의 수사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자체 수사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했었다는 것.

헌터 바이든과 조 바이든.
헌터 바이든과 조 바이든. ⓒKris Connor via Getty Images

 

거꾸로 트럼프는 바이든과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구하면서 부적절한 외압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비판에 휩싸인 상태다. 수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것.

트럼프는 부인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트럼프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하기에 앞서 약 4억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보류할 것을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직무대행에게 지시했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탄핵이 ”유일한 수단”일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외국 지도자를 압박함으로써 미국 국내 정치에 대한 개입을 요청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들에게 압박이 가해진 건 전혀 없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했더라도 아마 별 일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압박하지 않았다. 왜인 줄 아는가? 그들은 옳은 일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패에 대해 알고 있다. 그들은 아마도 조 바이든과 그 아들이 부패했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아마 알고 있을 거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020 미국 대선 #조 바이든 #우크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