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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협 식당·카페 노동자들이 오늘 하루 파업하는 이유

서울대 학생들은 즉시 연대의 뜻을 밝혔다.

서울대 생협 소속 식당 노동자들의 휴게실
서울대 생협 소속 식당 노동자들의 휴게실 ⓒ노조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에 소속된 식당·카페 노동자 100여명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9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속한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는 지난 5월부터 사쪽인 생협과 임금 협상을 벌이며 △기본급 3% 인상 △명절휴가비 연 60만원 지급 △10년 일해도 임금인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기형적인 호봉체계 개선 △휴게시설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고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두 차례 조정을 시도했지만 여기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쟁의권을 발동해 합법적인 파업에 나선 것이다. 이날 파업은 노조 설립 직후인 1989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의 1호봉 기본급은 (2018년 임금 협상 기준) 171만5천원이다. 그해 최저임금이 곧 1호봉 기본급이 되는 식이다. 10년을 일한 10호봉 기본급도 2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많게는 400인분에 달하는 음식을 조리하는 등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휴게시설조차 마땅치 않다. 식당 노동자들의 경우 샤워실이 부족해 주방에 간이 커튼을 달고 씻기도 하고, 카페 노동자들은 별도의 쉬는 시간이 없어 점심마저도 30분씩 나눠서 먹고 곧바로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에 소속된 식당·카페 노동자들이 19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에 소속된 식당·카페 노동자들이 19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

노조는 이날 하루 파업 뒤 20일 업무에 복귀하지만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다음 주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생협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노조 쪽에 기본금 2.5% 인상, 명절휴가비 기본급 대비 정률 연 30% 지급을 제안한 상태”라며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학생들은 즉시 연대의 뜻을 밝혔다. 서울대 학생모임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 처우를 개선할 의지가 없는 생협 경영진과 대학본부가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몰았다”며 “당장의 불편함을 약자의 몫으로 떠넘기지 않고 노동자들의 곁에 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 파업 당시 “중앙도서관을 파업 대상 시설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가 ‘파업권 침해’ 비판을 받고 뒤늦게 연대의 뜻을 밝혔던 총학생회는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총학생회는 파업 전날 미리 올린 안내문에서 “노동조합은 현재 생협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기본급 3% 인상, 명절휴가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 파업은 합법적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뒤 “총학생회는 생협 및 생협 운영에 관여하는 학교 당국에 상황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파업으로 주변에 대안 식당이 마땅치 않은 농생대 식당 한곳을 제외하고 생협 직영 식당과 카페 전 지점이 문을 닫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학생회관 식당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계약직 노동자들이 배식에 나서 학생들이 점심을 먹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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