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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산 꼭대기에도 새가 날아다닐 수 있을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인도 기러기
인도 기러기 ⓒYoutube/Science Magazine

새는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까? 철학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완벽하게 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질문이다.

날개만 있으면 태양에라도 닿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일단 새가 높은 고도를 날기 위해서는 날개를 더 빨리 펄럭거려야 한다. 날개를 펄럭거리려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높은 고도에서는 이게 여의치 않다. 해발 7000m의 산소 농도는 해수면의 30~50% 정도다. 새도 사람과 똑같이 산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드는데 산소를 흡수할 수 없으니 날갯짓이 힘들어진다. 게다가 고도가 올라갈수록 체온을 유지하는데도 열량이 들어가고, 공기가 건조해져서 새의 몸 안에 있는 수분이 호흡으로 빠져나간다. 

그럼 대체로 어느 정도까지 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새는 4000m 이상 7000m이하의 상공에서 날아다닌다. 그런데 지난 1953년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한 산악가들이 에베레스트 정상 위를 나는 인도 기러기를 봤다고 증언했다. 에베레스트산의 높이가 8848m니까, 대략 해발 9km의 높이를 난 셈이다. 이는 당시로는 새들이 날 수 있는 한계 높이인 7000m보다 2km나 높은 고도였다.

그 이후 높이 나는 새들이 더 발견됐다. 루펠 독수리가 11300m 상공에서 비행이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가 하면, 히말라야 상공 10000m를 활강하는 검은 목두루미가 발견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인도 기러기는 좀 다르다. 인도 기러기는 서식지를 옮길 때 아예 히말라야 위 8800m 상공을 루트로 이주한다. 인도 기러기는 어떻게 이렇게 높이 날 수 있는 걸까?

인도 기러기
인도 기러기 ⓒYoutube/Science Magazine

인도 기러기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진들은 치밀한 실험 계획을 세웠다. 제시카 마이어 박사를 비롯한 나사(NASA)의 연구진들은 인도 기러기를 알에서부터 부화 시켜 기러기들이 자신을 엄마로 인식하도록 양육해 실험을 진행했다. 아래 영상에서는 연구진을 엄마로 인식한 기러기들이 자전거를 탄 연구진을 쫓아 격렬한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기러기들의 성장과 훈련이 끝났을 때 연구진들은 해발 8000m 상공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 비행 실험을 수행했다. 인도 기러기들에게 7% 농도의 저산소 공급 마스크(해수면은 21%)를 씌우고 온도가 매우 낮고 강한 바람이 부는 윈드터널에 넣었다. 기러기의 몸에 모든 신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각종 장비들을 부착해 활강 동안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다른 새는 물론 사람도 죽을 수 있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기러기들은 ”모든 게 괜찮은 듯 보였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몸이 대사율이 떨어지더라고 기러기의 심박 수와 날개 박동 횟수가 일정하게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온 동물인 인도 기러기의 혈액 온도가 떨어졌다. 혈액 온도가 떨어지면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 연구진은 ”떨어진 혈액 온도가 옅어진 산소 농도를 보상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e라이프를 통해 지난 9월 3일 공개됐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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