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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싸움의 피해자가 죽어가는 동안 50명의 십대들은 영상을 찍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일이 벌어졌다

  • 박세회
  • 입력 2019.09.18 16:11
  • 수정 2019.09.18 16:12
카신 모리스의 사진. 
카신 모리스의 사진.  ⓒCBS-Newyork/captured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한 마을에 비통함이 가득 찼다.

지난 16일 롱아일랜드 오션사이드의 한 스트립몰(상점가가 일렬로 늘어선 형태의 몰) 인근에서는 학교를 마친 십대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근에는 약 50명가량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 카신 모리스도 있었다.

어느 순간 자동차를 탄 일행이 달려오더니 모리스를 칼로 찌르고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넘어뜨리고 발로 찼다. 그러나 아무도 가해자들을 말리지 않았다. 소동이 끝난 후 카신 모리스는 가슴에 칼이 찔리고 온몸에 중상을 입은 채로 방치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격자는 ABC뉴스에 “모리스는 매복한 애들에게 당했다”고 밝혔다.

누군가는 카신 모리스가 폭행 당하는 장면을 찍기도 했고, 폭행 당한 후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사건을 담당한 스티븐 피츠패트릭 형사는 뉴욕타임스에 ”아이들은 그냥 거기 서서 도와주지 않았어요”라며 ”도와주는 대신 영상으로 찍고 있었죠”라고 밝혔다. 폭행이 시작된 시간은 오후 3시 30분께다. 911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였다. 16세의 카신 모리스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스마트폰이 보급화 된 이후 영화 등의 미디어에서는 재난 상황에 스마트폰을 먼저 꺼내 드는 군중들의 모습을 희화화해 보여주곤 했다. 이날 오션사이드에서는 이런 영화속의 참극이 실제로 벌어진 셈이다. 

경찰은 애정 문제로 인해 일어난 폭력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가해자 중 한 명이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의 여자 친구와 모리스가 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모리스는 질투에 불타는 가해자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카신 모리스는 이날 학교를 떠나기 전 자신의 가족에게 자신이 아는 여자인 친구의 전 남자친구가 협박을 해왔다고 알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카신 모리스의 가족은 ”카신은 가해 남자아이에게 자신은 여자애를 집에 데려다줬을 뿐이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카신의 누나는 뉴욕타임스에 ”그 애는 너무 착했다. 착해서 집에 데려다준 건데 그것 때문에 죽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시 아이들이 찍은 영상을 확보해 폭행에 가담한 최소 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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