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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30년이 넘는 악몽을 겪었다.

2018년 이전에 작성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분포도 지도. 이후 바이러스는 올해 초 북한에서 발견된 데 이어 올 가을 한국에서도 발견됐다.
2018년 이전에 작성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분포도 지도. 이후 바이러스는 올해 초 북한에서 발견된 데 이어 올 가을 한국에서도 발견됐다. ⓒ위키디피아

1.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ASF. African swine fever의 약자)가 처음 발견된 장소는 1921년 케냐에서였다. 야생멧돼지가 사육돼지에게 ASF를 옮기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실질적으로는 1907년에 처음 발병한 것으로 추정된다. ASF는 아프리카에서만 전염되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1957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발견되기 전까지는.

아프리카에서 뛰쳐나간 ASF는 이후 10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구 전역에 걸쳐 확산되기에 이른다. 1960년 포르투갈에서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됐으며, 1971년 쿠바, 1980년엔 유럽 국가들(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산발적인 발병이 확인됐다. 바이러스가 출몰한 지역의 돼지들은 몰살을 당해야 했다. 그 기간도 무자비하리만큼 길었다. 포르투갈(1960년~1993년), 스페인(1960년~1995년)에서 각각 36년과 35년에 걸쳐 돼지들이 죽어갔다. 쿠바에서는 1971년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50만 마리의 돼지들을 도살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1971년 발생한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분류한 사건이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들은 처음 며칠 동안은 고열 등 감기 증상만을 보인다. 이후 우울증을 동반해 식욕이 감퇴된다. 본격적인 증상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사지 곳곳의 피부가 파란색 또는 보라색으로 변하며, 귀와 복부에서 출혈이 일어난다. 돼지들은 몸을 떨며 서로 몸을 포갠 채 웅크리고 누워있다. 그러다 혼수 상태에 빠지며 죽는다. 감염 후 죽기까지 열흘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들은 낙태를 한다. 감염된 돼지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의 젖을 먹으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악몽을 겪은 유럽식품안전청은 유튜브를 통해 해당 과정을 영상으로 설명한다. 사람에게 전염되지도 않고, 다른 동물에게도 전염되지 않고, 오직 돼지에게서 돼지에게로만 옮아가는 이 끔찍한 질병은 유럽 곳곳을 오랜 시간 동안 혹독하게 휩쓴 뒤 2018년 중국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견되지 한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동부 전역에 걸쳐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견되지 한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동부 전역에 걸쳐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뉴스1

2. 치사율 100%, 그런데 치료제는 없다

2018년 8월 3일 중국 당국은 북부 랴오닝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열흘 뒤  정부 허난성에서 2차로 발견됐고, 곧 이어 동부 장수성에서도 발견됐다. 한달 동안 돼지 2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11월엔 바이러스가 중국의 최대양돈단지에까지 상륙했다. 8월부터 11월까지 살처분한 돼지는 모두 11만 마리였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 치료제도 없고, 감염경로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2019년 3월 살처분된 돼지는 100만 마리를 훌쩍 넘었다. 돼지고기는 품귀현상을 빚었다. 돼지고기 값이 전년 대비 5.1% 급등해 소비자물가지수까지 동반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악몽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올해 말까지 중국에서 살처분될 돼지가 1억 3000만마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렇게 방역체계가 일단 뚫리기만 하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끝장을 보고야 마는 바이러스라는 것을 증명했다. 유럽에 이어 중국에서도.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데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 바이러스가 살아남는 기간도 무척 길다. 실온에서 18개월, 냉장상태에서는 6년이나 존속한다. 오면 안 되는 바이러스다. 일단 뚫리면 대책이 없는 질병이다. 그러나 5월 24일엔 북한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당국은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견됐을 때부터 예방을 위해 대책회의를 열고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했지만,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소식이 알려지자 더 강화된 예방 대책을 내놨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국가에서 돼지고기를 반입하면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한다는 조치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올 경우 닥칠 재난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강한 경각심이 필요하고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사전에 비상한 조치 등이 필요하다”라고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함양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방역
함양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방역

그리고 9월 17일, 한국 파주에서도 돼지열병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튿날인 18일엔 연천군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발병 농가들의 위치를 볼 떄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 맷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추정일 뿐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수의사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8월 초 태풍 링링과 더불어 북한지역에도 폭우가 내렸고, 이에 따라 북한에서 축산분뇨 등이 떠내려와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발생지역인 파주·연천을 포함해 포천·동두천·김포·철원 등 6개 시군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 내 양돈농가에 대해 당초 내렸던 돼지반출금지 조치를 향후 3주로 연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18일 오전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관련 점검회의를 열고  ”전국 6천300호 모든 돼지농장에 대한 치밀하고 체계적인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차관은 ”앞으로 일주일이 매우 중요한 고비”라면서 ”각 지자체는 모든 방역 역량을 총동원해 소독 등 차단 방역에 집중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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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