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지난 9일 취임 후 첫 국회 방문이다.
조국 장관은 이날 ”인사청문 기간, 그 이후에도 국민 여러분과 당 대표님께 많은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면서 ”겸허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다. 법무·검찰개혁 작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국 장관에게 ”법무부 장관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역대 그 누구보다도 혹독한 청문회를 치렀기 때문에 심려가 많았고 아직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어 ”좋은 제도를 만들어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바라긴 하지만 한 번도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쪽 분야에 조예가 깊으시니 잘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조 장관을 격려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공직에서 중요한 것은 경중을 잘 가리고, 선후를 가리고, 완급을 잘 가리는 일이다. 여러 가지 개혁 사안들이 많을 텐데 그중에서 경중과 선후, 완급을 잘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촛불 시민들의 명령이었던 검찰개혁, 사법개혁과 관련해 조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면서 ”국민들의 응원과 성원 역시 조 장관이 검찰개혁, 사법개혁과 관련해 훌륭한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 시대 과제인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해야 하고, 그것을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조국이었다고 신용 보증한다”며 ”난관을 돌파하고 반듯하게 걸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맡겨진 소임을 잘 감당하기를 거듭 응원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이날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대표를 예방했다. 문 의장 예방은 모두발언 공개 없이 전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졌다.
문 의장 예방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문희상 의장은 역사와 국민 앞에서 늘 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고, 조 장관은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화답했다”고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조 장관에게 ”정의당이 조국 장관 임명 과정에서 고심이 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사법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말씀하셨고, 또 촛불로 시작된 개혁이 또다시 수구 보수의 장벽에 막혀서 좌초돼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우리 조 장관의 앞길에 많은 암초가 있다. 장관과 또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데, 그 모든 의혹이 수사 과정에서 깨끗하게 규명이 돼서 조국 장관께서 오로지 사법개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사법개혁 외 로스쿨 제도 개혁, 상가임대차보호법, 차별금지법 등의 민생 인권 과제에도 관심을 촉구했다.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는 조 장관 가족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진정한 사법·검찰 개혁을 위해 조 장관이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사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자진사퇴를 권하기도 했다. 이에 조 장관은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고만 답했다.
조 장관의 민주평화당 지도부 예방 일정은 오는 19일로 예정됐다. 조 장관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도 예방 일정을 잡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이들 정당은 조 장관의 예방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 장관은 ”(일정을) 다시 다 잡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피의자 신분인 조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당은 조 장관의 임명을 반발하는 뜻에서 연이은 삭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